바람이 살랑거리는 해질 무렵
예쁜 임 송이송이 접시꽃으로 피어
햇살 따라 간 곳이 텃밭 한 모퉁이
그곳에 알콩 달콩
막내딸이 좋아하는 옥수수도 심어놓고
뚱뚱한 클 딸아이 다이어트용
검은콩 검은깨 고구마도 심었단다
듬직한 우리 그 이 보약으로 해 줄 개똥쑥도
시각 장애이신 시인집 토담에서 뜯어와 심어놓고
지난겨울에 토란탕 끓여먹으라고 주신 토란도
싹이나서 심었더니
옥계아저씨 마음처럼
잎사귀가 어찌나 넓고 탐스럽던지…
아들아!
시험이 끝나거든
주산 아래
일구어 놓은 아늑한 우리집 텃밭에
열매들이 주렁주렁 열리는 모습도 보고
옥수수 따다 한 솥 삶아 놓을테니
할머니께 인사도 드리고
편히 쉬었다 가렴
야트막한 돌담 사이로
토마토가 불그레 익어가고 있구나
곧 장마가 온다했지
비가 내리는 날
옛이야기 흘러 내리 듯
우리가족 모두 모여 웃음꽃 피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