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등 굽은 소나무가 묘지를 지킨다.’ ‘눈먼 자식이 효도한다.’는 속담이 있다. 자랄 때부터 반듯하고 올곧게 뻗은 나무는 일찌감치 재목감으로 베어진다. 하지만 쓸모가 없어 눈길조차 주지 않은 등 굽은 소나무는 누구도 건드리지 않는다. 
부모는 어려운 살림에도 논 팔고 밭팔고 심지어는 조상이 물려준 선산까지도 손대면서 잘난 자식을 대학 보내고 취직시켜서 장가갈 때까지 헌신적으로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정작 잘난 자식은 제 잘나서 성공하고 출세한 줄로 알고, 늙고 무식하고 병든 부모를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보며 살가운 전화 한 통 하지 않는다. 반면 돈이 없어 대학도 못가고 부모 밑에서 농사나 거들던 구박덩이 자식은 끝까지 부모를 봉양하며 함께 산다.
어느 산골에 아들 5형제를 둔 부모가 살았다. 맏이부터 넷째까지는 공부도 잘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 외교관이 돼 외국의 국적을 얻고 아들 딸 잘 놓고 살고 있었다. 둘째도 좋은 대학을 나와 국내 제일의 기업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고 해외에 파견돼 잘 살고 있었고, 셋째, 넷째도 성공해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살았다. 그러나 막내는 어릴 때부터 공부도 못하고 잔병치레를 하다가 부모님의 농사일을 거들며 시기를 놓쳐 결혼도 못한 체함께 살았다. 명절이 돼도 해외에 간 아들은 핑계를 대며 고향을 찾지 않았다. 둘째, 셋째, 넷째도 일에 바쁘다는 핑계로 고향을 외면했으며, 봉제사는 물론 부모를 모시는 것은 맏이의 몫이라고 대면대면 했다. 부모가 늙어 몸이 아파 누워도 약 한 첩 지어 드리는 것은 막내아들뿐이었다. 옛 속담에 “눈먼 자식이 효도한다.”는 이를 두고 한 말일 게다. 무능하다고 여긴 자식이 도리어 제구실을 할 때 하는 말이다. 
박완서의 소설 “도시의 흉년”에 “그러게 성님 내가 뭐랍디까? 병신자식덕본다구, 위해 기른 자식보다 구박해 가며, 기른 자식 덕 본다고 하지 않습디까?”라는 문장이 있다. 
독일 속담에 “한 아버지는 열 아들을 키울 수 있으나, 열 아들은 한 아버지를 봉양키 어렵다.”라는 말이 있다. 자식이 배부르고 따뜻한 가를 늘 부모는 신경을 쓰지만 부모의 배고프고 추운 것을 자식들은 마음에 두지 않는다. 자식들의 효성이 아무리 지극해도 부모님의 사랑에는 미치지 못하리라!
요즈음 세상의 흐름에서 나라를 위한 충신도 없을 뿐만 아니라 집안에 효자효녀도 드물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무조건 사랑이나 칭찬이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하지만, 지나친 사랑은 자식들에게 자립성을 잃게 하며 의존심만 키우게 된다. 효는 예부터 가족을 사랑으로 묶는 밧줄과 같은 것이다. 효의 씨앗을 심고 가꾸는 일은 부모가 자식에게 효를 내리 실천해 모범을 보이는 일이 꼭 필요하며 가정의 근본이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