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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타향살이
곽 흥 렬 수필가 전)동리목월문예 창작대학 교수  |  webmaster@goryeo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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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9.29  13: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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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 도회에서의 빈한했던 유학 시절, 두고 떠나 온 고향을 그리는 마음은 내 고단한 삶을 지켜주던 유일한 위안이었다.
자정을 훌쩍 넘기고 느지막이 잠자리에 들어도 정신은 언제나 가을 별빛같이 또렷해 왔었고, 눈만 감으면 확대경처럼 선연히 떠오르던 고향의 정경이 하나의 간절한 기다림의 모습으로 다가서곤 했었다. 
동구 밖 길모퉁이에 하늘을 떠받치듯 버티고 선 아름드리 정자나무며, 학교 가는 길에 연분홍 빛깔로 넘실대던 코스모스며 아이들이 제집처럼 뛰고 구르고 달리면서 놀던 뒷동산, 추수 끝낸 텅 빈 들판 위를 하늘 높이 날아오르던 방패연……, 이 모든 것들은 얼마나 어린 마음을 그리움으로 애태우게 하였던가. 그 갖가지 추억들이 상금도 안개 속 풍경인 양 눈앞에 아련하다. 아무런 꾸밈이 없는 넉넉한 자연의 품에 안겨 부침개 한 접시, 떡국 한 그릇이라도 키 낮은 담을 넘겨 주고받는 따뜻한 마음들은 고향만이 보여줄 수 있던 그 시절의 정취가 아니던가.
그 후 나는 가슴속 깊이 간직해 왔던 고향을 그만 도둑맞고 말았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찾아본 고향은 도무지 기억 가운데 자리한 예전의 그 모습이 아니었다. 마음 푸근히 기댈 공간은 그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깔끔하게 포장이 잘 된 시멘트길 위로 소달구지 대신 자동차들이 쌩쌩 질주하고, 워낭 소리가 자취를 감춘 논밭에선 경운기의 요란스런 탈탈거림이 마구 귀를 송신케 해댔다. 사람들은 모두들 제각기 자신의 일에 분주해, 나무 그늘 밑에 앉아 머리 맞대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도란도란 나눌 작은 여유조차 잃고 말았다. 이제 더 이상 그 구수한 쇠똥 냄새를 맡을 수 없게 되었고, 장닭의 느리고 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됐다. 이것은 어쩌면 흘러간 지난 세월 동안 그만큼 내 정서가 빈한해진 탓이기도 하리라.
현대인들은 지금 누구 없이, 자신이 태어난 고향은 있지만 정작 지친 마음 푸근히 누일 정신적인 고향은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런 까닭에 어쩌면 우리 모두가 정서 불안 장애자들이며, 오늘 너와 나의 삶은 영원한 타향살이인지도 모르겠다. 
각박한 일상에서 한껏 찌들고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지고 정情에의 간절한 목마름을 적셔 줄 고향, 어머니의 따뜻한 품속 같은 그 공간이 그립다. 지난 시절의 구수한 쇠똥 냄새며 정겨운 닭 울음소리가 오늘따라 몹시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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