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길로 이끌되 강제로 끌어당기지 않고, 세게 다그치되 짓눌리지 않게 하고, 문을 열어주되 끝까지 데리고 가지 않는다.
이끌되 당기지 않으니 부딪침이 없고, 다그치되 짓누르지 않으니 어려움이 없고, 열어주되 끝까지 데리고 가지 않으니 스스로 사고(思考)하지 않을 수 없다.”
예기(禮記) 학기(學記)편에 나오는 가르침의 도리다.
심각한 학교폭력이 불거진 지금, 선생 노릇 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교사들의 한숨과 고민이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담임 맡기가 두렵다는 푸념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2월이면 학생들의 졸업과 교사들의 이동, 퇴직 등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지나가버리는 짧은 달이다.
온통 학교폭력으로 도배를 한 신문들도 이제 좀 잠잠해질 때도 되었는데 여전히 그 폐해와 심각성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하다 이제야 요란을 떨고, 뒷북을 치고 있는지 한심하기 그지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경쟁 일변도의 교육과 성적지상주의에 함몰되어 인성교육에는 한 발 물러나 있었던 우리교육 풍토의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무상교육과 공짜 점심에 너무 들떠 아이들의 고민은 외면하고 성적만 오르면 무턱대고 통닭과 피자 사주기에 급급한 부모들의 잘못이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사회가 고통에 무감각한 마비의 사회인지, 아픔이 있어도 그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 문제가 있어도 그것을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잔인한 사회로 변해 버렸는지 실로 심각한 성찰의 기회를 가져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성적,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타인에 대한 배려, 공감, 협동심을 키우는 실천적 인성교육이 하루빨리 나와야 한다.
학교는 불이익을 받을까 은폐와 축소를 거듭하고 학부모는 모든 책임을 교사와 학교에 덮어씌우는 현상이 계속되는 한 학교폭력의 근절은 요원하다.
이런저런 처방과 진단이 분주하게 쏟아지고 있지만 좀 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도 되새겨 볼 일이다.
길바닥에서 아무 학부모나 붙잡고 새해 소원을 물어보면 한결같다.
“별거있나, 애들 공부 잘 하고 건강하면 되지,” 백번 옳은 얘기다.
위중한 병일수록 처방은 단순 명쾌해야 한다.
공부를 잘하면 스마트폰을 사준다는 부모와 스마트폰을 사주면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지금의 아이들, 울화통이 치밀지만 바로 우리가 지키고 사랑으로 감싸 안아야 할 우리의 미래이다.
몸에 맞지도 않는 옷을 입히려고 우리는 늘 아이들에게 강요만 했다.
그리고 바쁘다는 일상을 핑계로 교육적 책임도 서로에게 미루는 현상까지 빚어졌다.
교사나 학부모도 성적만 오르면 모든 것이 용서가 되는 이기적 욕심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
내 아이만이 아닌 우리 모든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한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어른들의 올바른 혜안(慧眼)이 필요한 때이다.
좋은 학교의 철학적 가치 기준도 없이 성적으로만 과대 포장하는 학교의 행태도 이 기회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정치적 이슈에만 목소리를 높이는 일부 교사단체들의 이념적 외침도 이제 사라져야 한다.
출산율이 저조하다고 달콤한 정책을 마구 쏟아내는 지자체나 교육당국의 좋은 평가와 안정된 밥그릇에 목을 메고 있는 교사들의 자성도 있어야 한다.
그저 모든 것이 조용하게 흘러가길 기대하는 공직자 특유의 습성부터 고쳐야 한다.
교육적 결과나 평가는 지금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훗날 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해 가지는 감성적 자존감이다.
뜨거운 열정과 집념을 가진 교사들이 그래서 이 시대에 많이 필요한 것이다.
고통과 아픔에 괴로워하는 우리 아이들을 미리 발견하고, 예방하고 따뜻하고 신속하게 치유하는 교육행정이야말로, 우리가 세금내고 그들을 믿고 존중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자신의 안위와 자리보전에만 애를 쓴다면 아무리 훌륭한 학교폭력 대책이 나와도 무용지물이다.
폭력에 신음하는 아이들에게 늘 가까이서 해결하려는 진정성을 보여주는게 교사와 학부모의 1차적 의무이다.
아마 지금도 아이들은 따뜻한 사랑과 관심에 목말라 할지도 모른다.
더 이상 숨기고 감추고 쉬쉬하는 미온적 방치를 우리 관내에서부터 뿌리뽑아야 고령교육의 명성을 되살리고 높일 수 있다.
낳기 싫은 애를 억지로 낳으라고 떼쓰기 보다는 “있는 애들이나 잘 돌보고 잘 키우지.” 라는 어느 시골노파의 질책이 가슴에 와 닿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