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왜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면 웬 생뚱맞은 소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며칠 사이를 보니 자꾸 그런 생각이 들게 한다. 하긴 내 조카 부부도 변호사이니 이게 자가당착인가?

민족의 비극인 6·25에서 최후의 보루 낙동강 다부동 전투에서 백척간두의 대한민국을 지켜 낸 백선엽 장군을 두고 ‘민족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눴다’고 호언을 한 사람, 택시 기사 멱살을 잡아 놓고 1천만 원을 주고 없었던 일로 하자는 차관, 천안함 폭침의 그 함장을 두고 부하를 수장(水葬)시켜 놓고 자신(함장)은 승진했다고 막말하는 사람, 성추행을 한 오거돈을 기습추행이라 하고 ‘치매로 성인지감수성···’ 어쩌고저쩌고 하는 사람이 있으니, 금방 떠오르는 자만해도 이들 넷 변호사(비칭 ‘비노사’)들이다.

부하를 수장시켰다고? 이런 인간이 변호사를 하고 있으니, 하도 기가 막혀 말문도 막히고 이을 말도 한참 나오지 않았다. 너의 본심은 아마도 차마 ‘자작극’이라고 내뱉을 수는 없으니 이를 에둘러 말하려다 본의 아니게 그만 불쑥 튀어나온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럴 수 있나 말이다. 문제는 그자만 그런 게 아니라는 데에 있다.

천안함 재조사의 ‘대통령 직속기구’에서 재조사 진정서를 날짜를 변조해가며 제출하는가 하면, 이른바 ‘권력 해바라기 떼(팔색조)’들은 아직도 ‘좌초설’이나 ‘음모론’을 쉬지 않고 불어댄다. 상식이나 이성을 가진 국민들 비난이 무서운 줄은 아는지 계속 잠행을 하고 있더니 드디어 ‘자폭론’까지 SNS로 온갖 요설(饒舌)을 꾸며대고 있다. 그가 바로 “부하들 수장시키고···”를 기호지세(騎虎之勢)로, 일말의 거리낌도 없이 마구 뱉어내는 180석 거여의 부대변인이라는 변호사였다.

더 기가 막혀 차마 입으로 말하기도 민망한 게 있으니 “천안함 생존자들아, 어떻게 한 마리도 양심 선언하는 놈이 없냐···?”이다. 게다가 한 고교 교사는 학생들 앞에서 ‘함장이 무슨 벼슬이냐···’라며 망나니 언행을 거리낌도 없이 하니, 어쩌다 이런 나라가 됐는지 ‘참담하다’밖에 할 말이 없다.

이런 자 질책하는 이른바 사회 원로는 어디 없나? 사실 이런 현실을 두고 ‘원로’를 찾긴 하지만 세태의 변화인지 ‘어른’이 없어진 지 오래이며 모두가 ‘어른’이 된 세상이다. 특히 ‘부하 수장···’을 그렇게 호기(豪氣) 부려 내뱉음을 보면서 이 나라 언제부터 이렇게 격렬히도 둘로 쪼개져 있으며, 건전한 이성과 상식의 설 자리가 줄어드는 듯해 더 서글프다. 분단의 책임이 미국이라고 뒷골목에 앉아 공공연한 주장을 하는 자도 있는 오늘의 슬픈 대한민국이다! ‘호국의 달 6월’인데 고혼(孤魂)인들 어찌 편히 잠들겠는가?

‘···양심선언’이나 ‘···벼슬이냐’ 하는 너희들에게 꼭 맞는 말이 있다. 그건 ‘무지몽매’밖에 없다. 너 어쩌다 그런 비틀어진 사고를 가졌느냐. 참 가련도 하다. 그 변호사는 거센 항의에 다음날 백기를 들고 사과는 했지만 끝내 그 함장에 대해서는 언급조차도 하지 않았으니, 그게 바로 그 ‘비노사’의 본심[水葬]이라고, 누가 들어도 그런 주석을 달 수밖에 없다.

국가 기념일 ‘서해 수호의 날’이었다. 순국한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가 분향하려는 대통령에게 다가가, ‘천안함 폭침’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말하라고 작심한 듯 물었다. 당황한 대통령은, ‘정부가 발표한 그대로다···’라고 얼버무리는 형국이었다. 그게 나라에 자식 바친 어머니의 통절한 절규에 대한 대통령의 모습이라 생각하니 참으로 국가가 왜 있는지를 알 수가 없어 잠시 혼돈에 빠지기도 했다. 이럴 때, 진정이 녹아 든 본심으로 두 손 꼭 잡고 “아드님 나라에 바친 어머님의 마음을 다시 헤아리겠습니다···”라는 정도의 따뜻한 위로의 모습을, 가식으로라도 좀 보여줄 수는 없었을까? 그 어머니의 피맺힌 애소(哀訴)였지만 ‘정부 발표···’ 딱 그것뿐이었으니 내심 ‘무엄하게 누구에게 감히 항의를 하느냐’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얼른 그 자리만 피하기 급급했다. ‘국군 통수권자’라 이르기도 민망한 해프닝이 되고 말았다. 자식 나라에 바친 그 사무침이 어떠했으면 그런 의거(義擧)(?)를 도모했을까···?

언젠가, 우리(청와대)는 ‘사찰 DNA’가 없다고 장담하더니 지금은 ‘자화자찬 DNA’는 있는 모양인지 이번 대통령 유럽 순방 중, 스스로에게 ‘높은 윤리의식을 지켜왔다’고 자랑했는가 하면, 한참 전엔 K방역 자랑하고 강의실 불끄기 등을 일자리 통계에 넣어 자랑도 했다. 게다가 아들 문준용은 정부 지원금, 그것도 세 번씩이나 받고 ‘대단한 영예이고 실력 평가···’라고 자랑을 늘어놨다. 대통령 아들이라는 위상으로 이래도 되는지 참 후안무치, 뻔뻔하다. 이럴 때 ‘이해 충돌’ 적용 하는 것 아닌가?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데 정말 어려운 예술인들 배려하는 것이 분명 ‘진정한 대통령 아들다움’이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구(聖句)’도 좀 보고, 세계를 발칵 뒤집으며 아카데미 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의 겸양(謙讓)도 좀 배우라! ‘대단한 영예···?’ 문빠 아닌 국민 대다수는 ‘공정’이 아닌 “아빠찬스”라고 질타하고, ‘퍼스트 칠드런···’으로 혹평하는 자도 있다. 누가 말했듯 녹음기 열면 나오는 ‘정의 공정···’은 어디로 실종됐나. 누구든 제 자랑은 팔불출이라는데, 참 치졸하다.

변호사 비판으로 시작했지만 그보다 더한 ‘자화자찬’이 더 큰 비난의 대상이 되었으니 ‘도돌이표’로 결론은 같아지고 말았다. 이 나라 어쩌다 이리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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