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데 살아 본 후에라야 높은 데 올라감이 위험한 줄을 알게 되고, 어두운 데 있어 본 후에라야 밝은 곳에 있음이 지나치게 드러남을 알게 되며 <중략> 침묵을 수양해 본 후에라야 말 많음이 시끄러운 것임을 알게 된다.” 
채근담菜根譚에 나오는 구절이다. 채근담은 중국 송나라 때의 유학자였던 홍자성이 지은 세상살이의 지침서로서, 전·후집 총 359절의 짧은 글들이 하나같이 촌철살인 하는 경구로 이뤄져 있다. 
이 책을 나는 고등학생 시절에 처음 만났다. 그러나 그때 당시로서는 아무리 읽고 읽어봐도 도무지 이해가 돼 오질 않았다. 인생과 우주의 이치에 관한 고매한 철학적 의미가 담겨 있는 글귀들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었기 때문이리라.
세월이 흐른 후, 연전에 뜻한 바 있어 다시 대했을 때 비로소 구절구절마다 서려 있는 그 깊고 그윽한 맛에 무릎을 치며 탄복을 금치 못했다. 
전체가 풀어서 쓴 시편들이라 해도 그리 잘못된 표현은 아닐 성싶다.
요사이도, 이따금 기분이 흐트러지거나 세상살이가 뜻 같지 아니할 때면 서가에서 뽑아내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들춰본다. 그러면서 지친 마음을 위로받곤 한다. 
무릇 사람이 높은 지위에 오르면 천하를 자신의 발밑에 부리게 된 것처럼 교만해져서 수많은 사람의 질시의 대상이 됨을 알지 못한다. 
그러다가 그 지위에서 물러나 낮은 곳에 서 보면 그때서야 비로소 그 위험성을 알게 된다. 마찬가지로 시끄럽게 떠들 때는 그 소란스러움을 잘 모른다. 
그러다가 물러나 앉아 가만히 다른 사람의 떠들어댐을 들어본 연후에라야 자신이 얼마나 실없이 지껄였던가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사람은 항상 높은 지위에 올라서도 몸을 낮추고, 밝은 데 나가서도 행동을 조심하며, 침묵을 지키어 말을 삼가야 할 일이다.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 가르침들을 얼마나 실천에 옮겼던가. 돌이켜 보면 심히 부끄러운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