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경자년 섣달 그믐날! 창문을 여니 매서운 칼바람이 코끝을 때린다. 아! 2020년 경자년, 그야말로 쥐 죽은 듯이 숨죽이고 보낸 잃어버린 쥐의 한 해였다. 달랑 한 장남은 경자년 쥐띠의 달력은 오늘로 접고, 내일이면 신축년 소의 해 달력을 펴게 된다. 
올해만큼 힘들었던 해가 또 있었을까? 내가 철이 들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나라에 살고 있다. 지난 2월, 중국 우한 발 코로나19가 우리 대구를 휩쓸면서 온통 회색도시로 변해버렸다. 확진 자는 공포에 떨었고,‘대구봉쇄’란 말에 시민들은 막막했다. 집밖을 나가지 못하고 먼 곳에 있는 가족끼리도 오지 말라고 연신 카톡을 날리지 않았던가. 
집에만 콕 쳐 박혀 있다 보니 먹는 것은 늘고, 운동이 부족해 살만 찌는 확찐자(?)가 되고 말았다. 
그것뿐인가?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를 강타하고 급기야 연말에는 제3차 유행병으로 많은 사망자를 낳는가 하면 설상가상으로 변종바이러스까지 번져 세계는 지금 국경을 걸어 잠그고 있다. 오늘 아침 신문에 코로나19 대구 확진자가 9개월 만에 최다 기록을 세웠다고 해도 이제는 만성이 돼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다. 이제까지 전 세계에 사망자 수가 수 백 만 명이 넘는가 하면 12월말 현재 우리나라도 육백 명을 훌쩍 넘어섰다. 서울 동부구치소에도 확진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해 천여 명에 가깝도록 방치해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하니, 정말로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법무부가 구치소에 죄수들을 한 방에 8명까지 몰아서 관리하다보니 더 많은 확진자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어도 젯밥에만 눈이 어두워 책임자는 35일 만에 현장에 방문을 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찰떡아, 늦게 안아줘서 미안해. 이제 엄마, 아빠랑 떨어지지 말자.”
지난달 19일 서울대병원 3층 신생아 중환자실 유재근씨가 포대에 쌓인 갓난아기를 떨리는 손으로 받아 안았다. 엄마 김미소씨가 나흘 전 이병원에서 제왕절개로 낳은 첫아이‘찰떡이’다. 김 씨 부부는 모두 코로나 확진 자였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격리가 풀리면서 세 가족이 만나게 된 것이다. 
그래도 이것은 천만 다행이지만, 서울에서 노모를 모시고 사는 어떤 가족은 노모가 코로나로 사망하였으나 격리돼 곧바로 화장시켜 뼛가루 한 봉지만 전달받아 장례식을 치렀다니 얼마나 황당했었을까? 
나도 지난 5월 코로나19로 인해 상주에 홀로 계시던 장모님을 잃었다. 경로당이 폐쇄되고 혼자 집에 계시는데 우울증이 재발해 서울 처남댁으로 옮겼으나 적응하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그 것 뿐이랴! 그 못된 코로나가 여름철에 접어들면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세 번의 큰 태풍이 우리 한반도를 강타해 쑥대밭을 만들지 않았던가. 농경지는 물론 집이 물에 떠내려 가 수많은 이재민이 텐트 속에서 몇 달을 살아야 했던 기억이 엊그제가 아니었던가. 
아! 생각하기도 싫었던 잃어버린 경자년! 그 간 가족끼리 오붓하게 여행 한 번 못하고 집콕하면서 우울한 한 해를 보낸 일이 너무나 애잔하다. 내일이면 흰 소의 해라는 신축년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은 아직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절망해서는 안 될 일이다. 우직한 소처럼 신축년에는 절망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끝내 역경을 이겨내고야 말 것이다. 이제 새해에는 백신이 나와 마스크를 벗고 소중한 일상으로 돌아 갈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길 기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