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두 달여 남기고 올바른 후보자를 평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후보자들은 당선을 위해 온갖 감언이설로 유권자를 현혹하기 때문이다.
올바른 정치인을 가리는 중요한 잣대로는 신뢰성과 후보자의 됨됨이를 따져 선택해야 후회하는 일이 없다.
예컨대 목적 달성을 위해 어려울 때 힘을 실어준 군민을 이용하고는 하루아침에 외면하는 정치인, 권위주의에 사로잡혀 군민을 무시하고 심지어 노인들을 오라 가라 하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정치인, 늘 목에 깁스를 하고 패거리를 형성해 위화감을 조성하는 자는 참 나쁜 정치인이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많은 이들이 애송하고 아름다운
퇴장을 칭송할 때 자주 인용되는 이형기 시인의 “낙화” 중 일부이다.
아무리 예쁜 꽃도 때가 되면 미련없이 꽃잎을 접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게 지금의 현실이다.
가야할 때인데도 머뭇거리며 권력의 단맛에 취해 시기를 놓치고 결국은 추한 뒷모습을 보인 이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벌써 비리와 불법에 길들여진 인사들이 줄줄이 짐을 싸고 있다.
정권말기에는 어김없이 나타나는 현상이긴 하지만 부끄러운 관행으로 자리잡은 듯하다.
꽃은 절정의 순간에 이미 지기 시작한다.
한창 때가 곧 떠나야할 때라는 것을 꽃들은 우리에게 미리 알려 주었지만 진정 물러날 때를 아는 이가 그렇게 많지 않은게 사실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부패와 권력형 비리 등에 연루된 고위 공직자들과 돈 봉투에 정치생명이 걸려있는 정치인 역시  올해는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하는 해로 기억될 것이다.
더욱이 정권 말기와 함께 양대 선거에 온전히 살아남기 위해서는 몸을 최대한 낮추고 갓을 고쳐 쓰는 것까지도 가려서 해야 하는 절박한 때이다.
그동안 깃발만 꽂으면 당선의 영광이 주어지던 지역의 호(好)시절도 다 지나간 듯하다.
쇄신과 개혁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한 화두로 등장한 정치권 또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전망조차 하기 어려운 안개정국이 되었다.
우연의 일치일까, 정당 대표들도 모두 여성으로 바뀌었다.
깨끗한 이미지와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정치역량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 지는 지켜 볼 일이다.
당장 정치 불신의 급한 불은 껐는지 모르지만 아직 인적 쇄신의 내용은 오로지 유권자들이 판단할 몫으로 남아 있다.
정치권에 두루 오염된 나쁜 관행들이 얼마나 어떻게 씻어 낼지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선거때만 되면 일상으로 벌어지는 당의 이합집산, 당명개정 등 그동안 정치 불신을 키운 측면도 비난받아야 하지만 우리 국회의 고비용 저효율의 타락한 국회 상부터 바꾸는게 급선무다.
폭력과 불법으로 얼룩진 지난 4년간의 의정활동에 우리 국민들은 아직도 싸늘한 시선을 감추기 어렵다.
총선과 대선이 함께 치뤄지는 올해야 말로 유권자들의 무서운 힘을 보여 주어야 할 때이다.
이웃나라 일본도 경제난 극복과 허리띠 졸라메기에 정치인들이 먼저 나섰다.
중의원 선거구를 줄이고 비례대표의원을 과감히 축소하는 정치개혁을 단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비 올리고 보좌관 증설하고 잇속 챙기는데 급급한 우리 의원들과는 대비되는 현상이다.
더욱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정치인 스스로가 먼저 제 살을 도려내는 아픔의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다.
이제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눈높이도 그만큼 높아졌다.
기득권의 과감한 포기는 물론이고 청렴성과 도덕성을 갖춘 새로운 인물들이 나와 지역의 균형발전과 생활정치의 모범을 보여 주어야 할 때이다.
하잖은 권위의식에 물들어 지역유권자의 머리위에 군림하면서 지방단체장과 지방의원을 하인처럼 부리는 그릇된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이 아직도 허다하다.
보다 진전된 민주주의와 주민과 함께 격의없이 소통하는 일하는 일꾼이 나와야 한다.
20년만에 함께 찾아온 총선과 대선이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