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들어설 때 구두는 몸을 갖는다.
그때마다 아빠가 익숙한 풍경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간다.
나는 닳아가는 밑창과
그의 모습을 번갈아 본다
나날이 바닥과 가까워지는 아빠
군데군데 얼룩진 소매는 시간이 남기고 간 반흔이다.
그림자를 디디자 단단해진 발걸음이 몸 위에 쌓인다.
굳은 살 박힌 발로 하루를 버티는 그
흔한 일상처럼 구두는 아빠의 일부가 된다.
시간이 모습을 바꾸는 동안
발에 맞게 줄어드는 밤
바닥을 버틴 채 더 무거운 표정을 지어야 하는 것일까
입술이 말을 삼킨 듯 닫혀 있다.

불 꺼진 현관
검은 구두가 나란히 놓여 있다.
나는 언제나 나를 앞질렀던 등을 회상한다.
오랫동안 무두질한 바닥을 들여다 보는 것은
단단해진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일이다.
구두는 기댈 수 있는 모습이 되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