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넉넉한 가을 들판에 풍요로운 오곡백과가 무릇 익어가는 것을 보니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한가위가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을 느낍니다.
이맘때면 온 가족이 모여앉아 송편을 빚곤 했습니다. 어머니께서 예쁘게 만들어야 예쁜 자식을 낳는다는 소리에 시집 안 간 고모들이 송편을 열심히 빚으며 은근히 서로 비교하곤 했습니다. 아버지, 삼촌께서 조상 묘소에 땀 흘리며 벌초하시는 옆에서 할아버지는 봉분 위의 작은 잡초를 일일이 손으로 뽑으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당일 어른 순으로 친척들을 방문하여 차례를 지니고는 성묘를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우리 겨레의 3대 명절 하면 설, 단오, 한가위를 꼽습니다. 설날은 묵은 1년을 보낸 다음 맞이하는 첫날에 새해의 운수가 잘 되기를 기원하며 마음과 몸 및 행동거지를 정결히 하는 날입니다. 단오는 모내기가 끝난 후 하루만큼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마음껏 놀이를 즐기며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날입니다. 설날이나 단오보다 더 큰 명절인 한가위는 조상님들께 풍성한 수확에 대해 감사드리는 차례를 지내고 친족 및 이웃과 음식을 나눠 먹고 놀이를 즐기며 정을 나누었습니다. 바쁜 농사일로 보지 못했던 친지와도 오래간만에 만나 먹고 마시며 하루를 즐기는 날입니다.
음력 팔월 보름날인 한가위는 추석, 가배절, 중추절 등으로 불리는데, 한가위라는 말은 "크다"라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라는 말이 합쳐진 것으로 8월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라는 뜻입니다. 또 '가위'라는 말은 신라 때 길쌈놀이를 뜻하는 '가배'에서 유래한 것인데 그 기록은 삼국사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신라 유리왕 때 왕녀와 부녀자들이 편을 갈라 길쌈을 해서 짠 베의 품질과 양으로 승부를 결정하고, 진 편에서 술과 음식을 대접하게 하였습니다. 이날 달 밝은 밤에 임금과 백관 대신을 비롯해 수십만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왕녀와 부녀자들이 밤새도록 `강강술래'와 `회소곡'을 부르고, 춤을 추며 흥겹게 놀았다고 합니다. 오늘날에도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소놀이, 거북놀이, 강강술래, 원놀이, 가마싸움, 씨름 등 많은 풍속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한가위는 조상님에게 풍성한 수확을 주신 데에 감사하고 각종 놀이를 통해 이웃 간의 따뜻한 정을 나눈 날이었습니다.
  첨단 산업의 발전으로 신속과 간편의 의식이 온통 사람들을 지배하여 우리의 한가위 풍속이 점점 사라지고 디지털 문화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세상 살기가 힘들어진 탓일 수도 있으나 개인주의의 만연으로 가족끼리 송편을 빚는 모습을 보기가 찾아보기 힘들며 심지어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조차도 허용되지 않는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고령교육지원청과 관내 학교는 우리 아이들이 조상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이웃 간의 소통을 나누는 한가위 풍속을 계승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가족과 친지에 대해 정을 베풀 수 있는 심성을 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천 년 전 경주의 달을 보고 그러하듯이 코로나19 사태로 고향을 방문하지 못한 우리의 자식들도 하늘 한가운데 걸린 영롱한 달을 보면서 마음속에 숨겨둔 작은 꿈을 소망하기를 기대합니다. 부모님과 고향 친구를 만날 날을 기원하는 그런 소박한 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