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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약자의 편에 서서
곽 흥 렬 수필가 동리목월문예 창작대학 교수  |  webmaster@goryeo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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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09  15: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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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남은 살 어린 시절―
읍내에서 체육대회가 열리는 날은 언제나 축제의 기쁨보다 우울함이 앞섰다. 당시만 해도 아이들로 넘쳐나던 시절에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전교생이 고작 이백여 명, 어느 학년도 두 학급이 돼 본 적이 없는 미니학교였다. 그런 까닭으로, 경기에 직접 출전하고 있는 선수단의 규모도 그렇거니와 그걸 지켜보는 응원단의 모양새도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다른 학교에서 알록달록 요란스런 색상의 의상을 차려 입은 응원단장의 익살맞은 율동에 맞추어 악대부가 우렁찬 관악합주 소리를 토해낼 때, 우리는 우리 학교 넓이의 열 배도 더 돼 보이는 운동장 한쪽 귀퉁이에 패잔병처럼 쪼그리고 앉아 선망의 눈초리로 그 광경을 바라보곤 했었다. 숫자의 열세에서 오는 약자로서의 서러움이 어린 마음속 깊이 싹트기 시작했고, 이것이 훗날 언제나 나를 약자의 편에 서게 한 하나의 계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조금씩 철이 들어갔다. 그때부터 길거리 후미진 곳에서 미나리 몇 단, 애호박 몇 개, 보리쌀 서너 되 갖다 놓고 애원하듯 하는 눈초리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다니는 등허리 굽은 할머니, 복작거리는 시장 통로를 온몸을 질질 끌면서 방물을 팔고 있는, 사지 절단된 장애인 부부 행상을 목격하면 무심히 지나칠 수가 없게 됐다. 
가끔씩 아내와 함께한 시장 길에서면, 나는 아내의 손을 끌어 그들 앞으로 다가간다. 그리곤 허섭스레기로만 보일지도 모를 좌판의 먹을거리며 생활용품들을 되도록이면 넉넉히 사도록 채근하곤 한다. 
거기에는 그들의 질기고 풋풋한 삶의 용기에 실어 보내는 내 뜨거운 마음의 갈채가 담겨 있다. 
이른 새벽이면 자명종처럼 눈이 떠진다. 흐르는 찬물에 후루룩 세수를 하고는 맑은 정신으로 책상머리에 앉아 마음을 가다듬는다. 아직 모든 것이 단잠에 빠져 있는 고요 속에서, 오늘 하루도 착하고 정직하게 그리고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살아가자고 몇 번씩이나 마음을 다잡아먹는다. 하지만 막상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그 다짐들은 이내 봄눈 녹듯 풀어져 버리고, 찌든 세속살이를 다시 또 어제처럼 되풀이하고 마는 것이다. 
그래도 심하게 낙담은 하지 않는다. 착하고 깨끗하게 살고자 하는 소박한 다짐의 날들이 거듭될수록, 그것이 비록 내 마음에 아무런 가시적인 보탬은 되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삶의 자락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이다. 
어린 날부터 겪어 왔던 내 약자로서의 삶을 되돌아보며,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서는 그런 마음 자세로 한세상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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