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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필 동 수필가  |  webmaster@goryeo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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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07  10: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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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싫어했더니 그 꽃이 어뢰정(魚雷艇)이 돼 내게 와 터진 것이다. 갑자기 하늘이 컴컴해지더니 숨이 멎는 듯했다. 누선(淚腺)이 찌르르 감전도 되기 전 눈물 인자(因子)가 먼저 급발진하려는 것을 꾹꾹 참았다.
꽃이 싫으면 그림자도 보기 싫다고 했더니 그 꽃도, 그 이름도 입에 올리기도 싫어졌다. 무슨 괴물이거나 흉물이 돼 어른거리니 전율이 되고 전율은 폭탄이 돼버렸다. 대저 그 말이 무슨 말이기에 이토록 비수가 돼 가슴을 찌르고 그도 모자라 전율이 돼 말라 버린 눈물샘을 부추기는가. 대저…, 도대체… 웬 날벼락인가 말이다. 가뜩이나 그 꽃이 시한폭탄처럼, 언제 어떻게 될까 마음 조리고 하마 하마나 항상 신상의 변화가 올까 조마조마 했는데 드디어 터지고 말았다. 누선이 터져 폭우가 된 것이다.
폭탄 같은 그 ㅇㅇ기! 차마 내 입으로는 내뱉을 수가 없어 아예 눈 감고 입도 막아버렸다. 난데없이 검은 구름은 곤두박질을 치고 우레는 지축을 흔들었다. 대경차악(大驚且愕·슬픈 일을 당해 크게 놀람)은 이럴 때나 쓰는 말인 것도 같다.
이걸 어쩌나! 그예 내 입으로 되뇌어야 하나…? 개앵녀언…, 갱년기!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그 꽃 아직도 품안에 든 아이인 줄 아는데, 달걸이 처음 시작하고 제 엄마에게 소곤소곤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던 게 어제 같은데, 이제 겨우 철이 들어 인생 첫발을 내딛는 ‘인생 초년생’인 줄로만 아는 애인데, 세상의 거친 파도는 이제 겨우 좀 알아가는 듯한 애를 갱ㅇㅇ라니? 청천의 벽력이었다. 내 아버지 어머니의 병환 이후 돌아가실 때의 예고된 슬픔과는 전혀 다른 순간의 일이었으니 내 두 눈은 그냥 있지 않았다.
지금도 방년인 줄 아는 그 애를 제 엄마가 나와 함께 밥 먹다가 무슨 반찬을 애에게 내밀며 ‘이것 먹어라, ㅇㅇ기에 필요한 영양이라잖니? 좀 많이 먹어!’ 나는 그 말 듣자마자 오싹 소름이 돋아 목이 메고 밥숟갈을 더 들 수가 없었다. 애한텐 보이기 싫어 방문 뒤로 몸을 감췄더니 그때서야 흠도 티도 없이 순정하다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것이다. 이 순정한 눈물이야말로 인간의 감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게 하는 모태(母胎)임을 가르쳐 주는 듯했다. 때 아닌 철부지가 돼 눈물은 나왔지만 차마 소리는 낼 수 없었다. 애는 저 때문인 것을 아는지 애써 내색을 감추려는 듯, 순간 작은 파동이 이는 듯했다. 오히려 내가 미안했다.
제 엄마 제 딸 사랑하는 거야 탓할 수 없지만 은유적 표현이거나 에둘러 할 줄은 모르고 그런 직설화법으로 왜 내 앞에서 터뜨리는지 참 이해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아직도 ㅇㅇ기까지는 반 십년이나 남았는데 말이다.
‘여자 인생’은 ‘시집’이 일생의 한 과정이요 숙명이고 제2의 인생이니 그게 경건하고 중엄(重嚴)한 담설(談說)이어야 함이 정설인데 아예 버리거나 ‘선택적’이라 하니, 그 가벼움의 세태를 탓할 수밖에 없다. 여자의 1기인생은 준비 수련기이고 2기인생은 결혼, 곧 ‘시집’이다. 넌 시집이 없으니 친정도 없고 오직 ‘우리집’만 있으려 하는가. 시집이 여자의 원죄(原罪)라는 극단논자도 있지만 ‘창조의 여신(女神)’이라는 긍정적 논자도 있어 이게 더 중후한 담설이 되기도 한다. 왜 2기인생을 포기하고 ‘여신’의 지위도 포기하려 하는가. 참, 애틋하고 가련하다.
짝도 없는 애에게 엄마가 돼 어찌 그런 말을 하는지 참 원망스러웠다. 그런 애가 애연하지도 않고 그걸 헤아리지도 못 한다고 생각하니 아내도 야속했다. 어쨌거나 같은 여성이니까 그런가라는 긍정도 있었지만, 그럴수록 상련지심(相憐之心)이라도 있어야 할 것 아닌가로 결론을 내야 했다. 혼기가 됐을 때부터 걱정을 했더니, 제 갈길 제가 간다며 아내는 반대부터 먼저 했다. 적절한 혼처가 났다고 거간꾼을 넣어보자고 했던 것도 한두 번  해보다 먹히지 않아 가벼운 실랑이도 있었다. 어느 날은 그 문제로 정색을 하고, 내게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질책을 하는 것이었다. ‘…알았어! 그래, 내 이젠 그 얘기 다신 안 할 터이니 당신 맘대로 해라…!’고 하며 말 그대로 결혼 얘기는 그게 마지막이라고 격한 감정을 쏟아 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게(‘다신 안 할게’) 오래 가지 않아 재론하기도 서너 번이었으며, 이젠 아예 내가 안 하기로 스스로 다짐했던 것도 수년이 흘렀다. 그랬는데, 그날 그 ㅇㅇ기가 내겐 폭탄이 된 것이다. 포기는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언젠가는, 아직도 생산(아이) 능력은 있으니 딸애와 제 엄마와는 다르게 나는 속으로는 끝내 포기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비혼족’이, 심지어는 듣도 보도 못 한 ‘졸혼족’이 시대적 풍조라곤 하지만 풍조가 아니라 막말로 ‘망조’가 아닌가도 했다. 나는 이 세태를 거역은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내가 감당해야 하니, 마치 자식 하나 버려야 하는 심정이었다. 이럴 때 깊은 사려(思慮)도 없이 흔히 푸념으로 내뱉는 ‘짚신도 짝이 있다…’가 나도 모르게 나와 버렸다. 악! 끝내 비수가 돼버리고 만 것이다. 참, 너는…!? 자식은 돼 봤으니 이제 엄마도 돼 봐야 하고, 자식 길러도 봐야 하지 않겠니? 그게 사람 사는 길 아니니? 현실도 모르고 이 말 하고 보니 내가 먼저 가슴이 먹먹해진다.
누선이 더 터지기 전 오늘은 그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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