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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터널
김태호 수필가 / (전)고령교육장  |  webmaster@goryeo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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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03  12: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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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고막을 붙이기 위한 수술이 시작되었다. 왼쪽 귓구멍 주위에 부분 마취를 해서 그런지 귓구멍을 찢는 메스 소리가 오른쪽 귀로 사각사각 들린다.
  “이번에는 떨어지지 않는 질긴 소재로 붙일 테니, 잘 참으시면 됩니다.”라는 의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난 두 번의 수술은 귀 주위의 살 껍질을 오려다가 붙였으나 얼마가지 않아 떨어져 실패했기 때문에 이번이 세 번째 수술이다.
  첫 번째 수술은 대구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전신마취로 했기 때문에 수술하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의사의 말에 의하면 수술하는 쪽의 귓바퀴를 도려내고 수술한 뒤, 귓바퀴를 다시 원 위치로 꿰어 맨다는 것이다. 일주일간의 수술을 마친 뒤 석 달 뒤엔 생활하기에 큰 불편 없이 들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석 달이 지나도 들리기는커녕 오히려 수술 전보다 들리지 않고 답답하기만 했다. 그런가 하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술 후 벌레가 우는 듯 한 이명이 계속되는 것이었다.
  수술한 지 6개월이 지났으나 별다른 차도가 없었다. 이명이 올 때면 잠을 이루지 못하고 뜬눈으로 지세며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한 달에 한 번씩 경과를 체크하는 날에도 병원에 가기가 싫었다.
  오죽 했으면 의료사고로 고발까지 생각 했을까. 뜬금없이 평생 장애자가 될까봐 덜컥 걱정이 앞섰다. 풍문으로 들은 이명에 좋다는 약은 거금을 들여 복용해 보았으나 효과가 없었다. 남을 대하기가 싫어 집안에만 있으니 우울증까지 찾아왔다. 그 이후부터는 수술했던 병원에는 가기가 싫어졌고, 집도한 의사가 그렇게 미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대구에서 제일 잘 보는 병원에 가서 진찰해보니, 재수술이 가능하다고 했다. 보청기를 끼면 귀에 물이 난다며 수술을 권장했다.     귀가 솔깃했다. 가족들과 상의해서 서울의 유명한 병원에 가서 수술하기로 날짜를 잡았다. 다행히 서울 병원에서는 귓바퀴를 도려내지 않고 귀 주위만 부분 마취가 가능하다고 했다.
  2차 수술은 성공리에 잘 마쳤다.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 잘 들리기 시작했고, 석 달이 지나자 듣는데 는 큰 지장이 없었다.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얼마나 기다렸던 바램이었던가. 그 이후로 일상이 제 자리로 돌아와 우울증이 사라지고 이명도 그만 했다. 입맛을 다시 찾게 되었고, 생활에 활기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2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그 언제였던가? ‘터널’이란 영화를 보았다. 주인공이 차를 타고 가다가 터널이 무너져 굴속에 갇히게 되었다. 다행히 굴속에서 라디오는 들을 수가 있어 밖에서 구조하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정부 당국에서는 터널의 공간지점을 예측하여 굴착기로 인명을 구조하는 작업이 계속된다고 라디오 전파를 타고 들려왔다. 주인공은 무너진 돌 더미 사이로 고양이를 발견하게 되고 둘은 소통할 수가 있었다. 차에 공구를 사용하여 흙더미를 파고 노부부를 발견하게 된다. 주인공은 차 안에 먹다 남은 과자와 먹을거리를 노부부에게 주어 허기를 면하게 했다. 생명이 위급할 때는 본인만 생각하는 것이 보통인데 남을 먼저 구하려는 희생정신이 돋보였다. 살아남은 고양이와 소통하며 돌 틈 사이로 떨어지는 물방울로 목을 축이며 20여 일간을 버틴 끝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날 수가 있었다는 영화다.
  거꾸로 매달아도 가는 것이 세월이라 했던가. 고막에 천공이 생겨 고막 수술을 두 번이나 했던 나로서는 죽을 때까지 아무 탈 없이 지낼 것이라고 예측했던 것은 기우였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귀에 바람소리와 이명소리가 나면서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급히 가까운 이비인후과에 진찰해보니, “고막이 없네요?” 하면서 수술한 고막이 떨어졌다고 했다.
 밤이 세도록 가족들과 고민하다가 2차 수술 한 서울의 그 병원에 결국은 3차 수술을 결정하고 수술에 들어갔다. 담당 집도 의는 귀 주변의 살 껍질로는 약하니, 질긴 재질로 된 인공고막을 붙여 놓으면 죽을 때까지 떨어지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런데 수술하고 한 달이 지났을 때 수술한 부분에 고름이 생겨 귀에 넣는 약으로 멎지 않아 고도의 항생제를 먹지 않으면 귀에 물이 자꾸 나오는 것이었다. 병원에 가니, 나는 귀와 코 사이 구멍이 자주 막혀 고막 안에 중이염이 생기면 고막에 금이 생겨 밖으로 물이 빠져 나가는 것이 정상이라며 참고 견디면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인간의 운명은 하늘에 달렸다고 했던가. 인체의 부분에서 가장 예민한 고막을 세 번이나 수술하면서 5여 년 간 정신적인 고통과 스트레스를 참고 견디며 암흑 같은 터널을 탈출하기까지 그 고통을 어찌 필설로 다하겠는가. 
  한 때 우울증에 걸려 절박한 심정으로 혼자 있을 때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도 있었고, 담당 의사를 원망해보기도 했었다. 다행히 2년 전부터는 수술한 곳에 물이 나지 않고 예전과 같이 잘 들리지는 않지만 그냥 들을 만 하여 그냥 이대로 살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고막이 뚫어진 것도 내 운명이고 수술하지 않아도 그대로 살아도 될 것을 그렇게 고통을 받아가며 세 번이나 수술을 받은 것이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나 후회스럽기만 했다.

  요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온 세계가 난리다. 두 달 전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는 8만여 명의 확진 자를 양산하였고, 3천명이 넘는 사망자를 냈으며 현재도 진행형이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끝이 보이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도 9천명이 넘는 확진 자가 발생했으며 사망자도 110명이 넘고 있다. 정부는 확진 자가 많이 나온 대구. 경북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현재도 진행 중이며 학교는 물론 교회, 공회당의 축제는 모두 취소되고 거리에 사람이 다니지 않는 회색도시로 변했다. 소상공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주식이 폭락하고 경재가 얼어붙었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유럽의 이탈리아는 6만여 명의 확진 자와 5천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 뿐인가. 세계경재를 쥐고 있는 미국도 코로나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외국의 출입자를 차단하고 있으며, 금년 여름 올림픽을 치를 일본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세계보건기구도 코로나 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고, 아프리카, 몇 나라를 재외하고는 온 세계가 비상사태에 처해있다.
  지금 약국에는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 품절이 되었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밖에도 못나가는 처지에 놓여있다. 과거의 메르스나 신종 플루보다 더 큰 재앙이 닥친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가 사망자가 적은 것은 의료시설과 자원봉사자들의 봉사와 헌신 때문이리라! 이런 위기 때 일수록 우리민족의 끈끈한 정과 지혜를 모아 이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로 사회와의 거리두기를 실천하느라 두 달간 밖을 나가지 못하고 집안에서만 박혀 있어야만 했다. 다만 한 가지 마음을 달랠 수 있었던 것은 모 방송사에서 실시한 역대 시청률 1위인 ‘미스터트롯’이란 프로그램이 있어 답답한 심정을 한 방에 날려버리기엔 충분했던 것 같다. 
  아직도 긴 터널의 끝이 보이진 않지만,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와 봄을 맞이했다. ‘봄은 왔지만 내 마음속에는 봄 같지 않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옛 고사성어가 생각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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