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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위화
곽 흥 렬 수필가 / 동리목월문예 창작대학 교수  |  webmaster@goryeo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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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16  10:3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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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산바가 내륙을 관통해 지나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거센 비바람이 휘몰아치더니, 언제 태풍이 왔었던가 하고 의아심이 들 만큼 청잣빛 하늘이 싱그럽기 그지없다.
산바는 광란의 삼바 춤을 추면서 산천의 요소요소에다 엄청난 생채기를 남겼다. 사태로 칼자국이 난 듯 벌건 속살을 드러낸 산자락, 종잇장처럼 구겨진 자동차, 갈기갈기 찢기고 뜯긴 길들이 그의 위력을 말해 주고 있다. 한바탕 포화가 휩쓸고 지나간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처음에 태풍이 다가온다는 기상예보를 보면서, ‘아르바이트’를 ‘알바’로, ‘돌아온 싱글’을 ‘돌싱’으로 줄여 쓰듯이 줄임말 좋아하는 우리 식대로 ‘산바’가 그저 ‘산들바람’이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산들바람처럼 산들산들 불어와서 지난여름 온 대지를 펄펄 달구었던 무더위나 깨끗이 실어가 주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싶었다.
  소망은 한낱 소망일 뿐이었다. 산바는 짓궂게도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질러 온 산하를 할퀴면서 그 소망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말았다. 그로 인해, 몇 해 전 수조 원대의 피해를 남겼던 태풍 ‘매미’에 버금가는 엄청난 손실을 입혔으니 야속하기 짝이 없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고 했던가. 볼라벤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지가 얼마나 됐다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새 또다시 대형급인 산바가 몰아닥쳐 감당하기 힘든 재변을 안겨 놓았다.
그저 하늘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망연자실’, 이 말밖에는 딱히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하겠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삶의 터전을 새로 일구려 복구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수재민들의 모습이 안쓰럽다.
태풍이 물러가고 난 다음 날, 지인의 별장이 이번 태풍에 큰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산골짜기 계곡을 끼고 있어 운치를 더해 주던 절경이었다. 찾아오는 사람들마다 빼어난 풍광에 반해서 감탄사를 연발하였던 곳이다.
소식을 들은 그 이튿날 아침, 상황이 궁금해 한달음에 달려가 보았다. 눈앞에 펼쳐진 참혹한 현장에 할 말을 잃었다. 그저 “저런! 저런!” 하는 탄식만 터져 나올 뿐이었다. 수십 년간 공들여 가꾼, 말 그대로 그 그림 같았던 휴양지가 하루아침에 완전히 쑥대밭이 돼 있었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 아니라 ‘전복위화轉福爲禍’라고나 할까. 언제라도 화가 변해서 복이 되고 복이 바뀌어 화가 될 수 있는 것이 세상살이의 이치임을 생생히 깨우쳐 주는 인생의 교육장이었다.
소시민들은 대다수 물 맑고 공기 좋은 명산의 계곡 근처에다 그림 같은 별장 하나 갖고 싶은 꿈을 그리며 산다.
그 소망이 쉽사리 얻어질 수 없는 것이기에 더욱 목마름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일로 보면 너무 그렇게 부러워할 것만도 아닌 성싶다.
“어화 세상 사람들아, 부자라고 자세를 말고 가난타고 한을 마소.”
이렇게 읊은 판소리 흥부가의 한 대목을 떠올리며, 재물을 대하는 옛사람들의 오롯한 삶의 자세를 배운다.
지금 형편이 좀 괜찮다고 우쭐대지도 말 것이며 처지가 다소 어렵다고 절망하지도 말 일이다. 느닷없이 참화를 입어 실의에 빠져 있는 수재민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위로와 격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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