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통령선거 이후 잠잠했던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배제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여전히 찬반 논란속에서도 대선공약일 뿐 아니라 정치쇄신 차원에서도 필요한 일이기에 여.야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변명도 이제는 소용이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나아가 유정복 안전행정부장관도 최근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까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밝혔다.
그동안 정당공천제는 지자체별 책임정치 구현 또는 생활정치의 실현이라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만만찮은 폐해를 낳아온 게 사실이다.
실제로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들은 공천권을 가지고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지구당협의회장의 수족노릇하기에 바쁜 것이 현실이었다.
특히 선거기간에는 군중동원과 모임주선 등 선봉장 역할을 하느라 정작 의원본연의 역할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중앙당과 지역구 국회의원이 “기초자치” 선거에서 사실상 공천권을 행사 하는 한 지방자치의 근간인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은 기대하기 어렵다.
생활정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할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돼 눈치만 보게 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의 몫으로 될 수밖에 없다.
일부의 우려처럼 기초자치 정당공천제를 폐지 할 경우 혈연,지연, 학연에 의존한 후보가 난립하고 지역토착 기득세력의 득세와 함량미달의 인물들이 지방정치를 주도 할 역기능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공천비리와 편가르기는 지역갈등, 금품상납 등 고질적 비리로 지방은 그동안 몸살을 앓아왔다.
또한 지방 선출직을 주민에게 봉사하는 자리가 아닌 입신영달의 교두보인 양 착각하는 정치 인플레 풍토도 문제였다.
지난 2010년 7월부터 2년간 선거법 위반을 비롯해 뇌물수수, 폭력 등 비리행위로 사법 처리된 기초의원만 수 십 명에 이른다.
이는 소속정당과 무관하게 상당수 의원들의 자질 자체가 함량미달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정당공천제 폐지와 존속여부를 떠나 기초선거에서 후보 의원들에 대한 엄격한 검증시스템 마련이 시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11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실시한 지역주민 대상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방의회의 가장 큰 문제로 지방의원의 전문성 부족(41.5)이 지적됐고 우선적인 개선사항으로도 지방의원의 자질향상(43.8)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정당공체제 폐지와 더불어 지방의원들의 전문정과 자질향상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앙의 간섭과 통제를 없애고 지방주민들이 능력과 자질을 갖춘 지도자를 직접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이자 진정한 정치 개혁이다.
특정정당의 독점으로 인한 견제와 균형의 논리가 작동되지 않는다면 지방의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기에 대승적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