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不逆詐 不億不信

子曰 不逆詐 不億不信 抑亦先覺者 是賢乎 (憲門第三十三章)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남이 나를 속일까(逆探) 미리 짐작하지 말고 남이 나를 믿어주지 않을까 억측(臆測 → 億으로 통함)하지 않으나 또한 먼저 깨닫는 자가 어진 것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남이 나를 속이지 않을까 미리 짐작하지 말고 남이 나를 못 믿는 것이 아닐까 억측하지마라. 역(逆)이란 아직 이르지 않은 것을 미리 짐작하는 것이요(未至而逆之也). 억(億→臆)은 아직 보이지 않는 것을 억측하는 것이다(未見而億之也). 사(詐)는 남이 나를 속이는 것을 말하고(謂人疑欺) 불신(不信)은 남이 자신을 의심하는 것이다(謂人疑己). 군자는 자기가 가야할 길을 당당하게 갈뿐 남을 의심하지 않는다. 남이 나를 의심할까 억측하지도 않고 공연히 남으로부터 속지 않을까 미리 짐작하는 것은 군자의 마음가짐이 아니다. 사람을 믿지 않으면 쓰지말고 쓰거든 의심하지 말라고 하셨다(疑人莫用 用人勿疑). 사람은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까지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충(忠)이요, 의(義)다.
이런 사람을 중국에서는 군자라 하고 우리는 선비라 했다. 우리는 세상을 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남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남과 더불어 잘 살아가는 지혜는 서로 믿고 사는 것이다. 서로 믿고 사는 비결은 내가 먼저 남을 믿는 것이다. 내가 너를 믿을 때 너도 나를 믿게 될 것이다. 군자는 남을 의심하지 않는다. 믿고 사는 것이 편안하게 사는 길이요, 편안한 마음가짐이 복 있는 삶임을 알기 때문이다.
선생께서는 무슨 일이 있을 때 시비를 먼저 올바로 깨닫는 자가 어진 사람이라 했다.
이 말은 남을 믿지 못하거나 의심해서는 안 되지만 옳고 그름은 정확하게 가려내고 날카롭게 분석해 남에게 속임수를 당해서는 현명한 사람이라 할 수 없다는 말씀이다. 군자는 크고 바른 길(仁道)로 나아갈 뿐 남을 의심하거나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