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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의 여름
곽 흥 렬 수필가 / 동리목월문예 창작대학 교수  |  webmaster@goryeo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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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2  10: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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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시골의 계절이다. 도시의 빌딩숲이 겨울 빛깔이라면 시골의 들판은 여름 빛깔이라고 해도 좋으리라.
여름이라는 이 청춘의 계절이 존재하기에 시골살이에는 겨울의 무채색 권태를 상쇄시키고도 남는 낭만이 있다.
삼십여 년 세월을 도회의 시멘트 가루 마시며 살다 지쳐 낙향한 내가 새삼 얻은 하나의 깨달음이라면 바로 이것인가 한다.
오월의 신록이 제 소임을 끝내고 저만치 물러났다. 하루가 다르게 산천은 푸르름이 짙어진다.
융단처럼 깔리는 눈부신 초록, 거기다 한 차례 시원스럽게 소나기라도 지나가고 나면 땅 위에 넘실대는 녹음綠陰의 물결은 완전히 넋을 잃게 만든다.
살아 있음이 눈물겹다는 표현이 정녕 이럴 때 실감이 난다. 상추며 가지며 고추, 토마토, 오이……, 흠씬 목을 축이고서 다투어 키 재기를 하는 가지가지 채소들은 마음까지 풍성하게 해 준다.
온종일 대지를 달구던 해가 서산으로 꼬리를 감추면, 일찌감치 저녁술을 놓고는 방천으로 산책을 나선다.
예고 없이 마주치게 되는 무수한 개구리의 울음소리, 그들의 합창은 자연이 연주하는 웅장한 교향악이다.
산천이 떠나가도록 왁자그르르한 그 소리에 귀를 모으고 있노라면 절로 숙연한 마음이 된다.
진리에의 갈증으로 쉼 없이 외는 스님의 독경 소리와 짝을 찾으려고 밤새껏 구애하는 개구리 울음소리 중 어느 쪽이 더 절실할까.
고개를 젖히고는 하늘 쪽으로 눈길을 보낸다. 금가루를 뿌려 놓은 듯 쉴 새 없이 반짝이는 은하가의 잔별들이 황홀한 향연을 펼치고 있다.
여름 하늘이 이처럼 아름다운 줄 미처 몰랐다. 이 밤, 별 바라기를 하며 하얗게 밝힌대도 그리 후회스럽진 않을 성싶다.
여름이 없다면 시골살이에의 행복한 꿈은 일찌감치 접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모깃불 피워 놓고 살평상에 둘러앉아 먹는 밀국수 맛은 시골살이의 여름이 주는 즐거움의 진수가 아닐까.
그릇을 비우고 난 뒤 잘 익은 수박 한 쪽을 어썩 베어 무는 재미도 거기서 빠질 수 없으리라.
허공을 응시한 채 별들의 움직임을 하염없이 지켜본다.
그러고 있자니, 어머니 팔베개 베고 누워 밤하늘 저편으로 사라지는 별똥별을 바라보며 먼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동경의 마음을 품었던 어린 날의 기억이 습자지에 먹물 번지듯 선연히 되살아난다. 
누구든 개구리 소리가 듣고 싶고 별빛이 그리운 이들이라면 시골에 한번 살아 볼 일이다.
밤이 이슥하도록 개구리 소리에 취하고 별 바라기를 하며 전원에의 고운 꿈을 꾸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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