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도 지나갔다. 국경일 중 유독 3·1절 만은 그 치열했던 독립투쟁의 고난의 여정과 선열들의 활화산 같은 열정을 생각하면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그래서 먼저 경건지심부터 갖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할 일이다. 그런데 금년의 3·1절은 ‘북한 문제’와 연계가 되니 예년엔 볼 수 없었던 이슈가 나타났다. 3·1절과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보는 북한의 ‘주체역사관’을 주요 매체들이 다루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3·1운동을 ‘실패한 부르조아민족운동’으로 규정하며 민족대표들을 혹평하고, 임정을 ‘미제(美帝)의 주구’로 극악평을 한 것을 보도했기 때문이다.
80년대 들어서 이른바 ‘주체사관’이 공공연히 나온 뒤로는 3·1운동은 김일성의 아버지 김형직이 주도한 평양 만세 시위로 시작됐으며 거기 당시 8살 먹은 김일성이 참가했다고 했다. 이런 역사 인식의 간극을 생각하면, 우리 정부가 ‘임정’은 빼고 북한과 3·1운동 기념식을 공동 개최하자고 제안했으니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참 안타깝다.
거기다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구차스러운 청원(파리장서 사건)과 외세 의존 방법으로 독립을 얻으려고 어리석게 시도했다’고 비아냥대고 폭언에 가까운 변설을 흘렸다.
상황이 이런 데도 우리는 북핵 문제로부터 대북 문제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나 한번 내는지도 잘 모르겠다. ‘운전자론’을 내세워도 별 반응이 없으니 ‘중재자론’으로 바꾸기도 한다. 3·1절 기념식에선 난데없는 ‘친일이 곧 빨갱이’라고 소릴 높인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거기 보조라도 맞추려는 듯 친일 교사가 교가를 만들었다는 서울 초중고 100여개 학교 명단을 공개하며 쓰지 못하게 하겠다고 하고 있다. 언제까지 ‘친일…’ 찾을 건가. ‘시가(詩歌)는 시가고, 친일은 친일이다’. 그렇게 발가벗기는 논리라면, 목숨 바쳐 항일·반일 하지 않은 그 당시를 살았던 민중들은 모두 친일이 돼야 하니 이 노릇을 어쩌랴! 이런 주장을 하는 모든 주류(主流)들은 당시를 살았으면 항일·반일을 할 수 있었을지 생각이라도 해 봤는가. 정말 냉정히 생각해 보라. 교가가 무슨 죄가 있다고, 참 슬프다! 얼마 전 시민 100명에게 3·1절 관련 질문을 했는데 안중근, 유관순을 민족대표 33인으로 알고 있다는 시민도 있었다. 나이에 따라, 공부한 시기에 따른 교육의 문제만 탓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대체로 역사 인식의 차이일 뿐이라고 하기엔 너무 헛헛하다.
그런데 또 이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인터넷 ‘썰민’ 강사는 3·1독립만세 준비한다며 ‘손병희는 룸살롱(태화관)에서 기생들과 술판을 벌였다’고 했다가 크게 논란을 부른 일도 있다. ‘민족대표 33인보다 학생과 일반 대중이 만세운동을 이끌었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했을 뿐’이라고 했다는 변명이 더 한심하다. 나도 우연히 그 방송을 본 것이다. 대체로 그런 ‘딴지’를 잘 거는 사람들의 행태가 그렇듯 그도 슬슬 비웃음을 섞어 이죽거리며 통상 쓰는 언행으로 가장하지만 거기(태화관)에 ‘강한 방점’을 찍는 행태였다. 손병희의 후손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손해배상까지도 당했다. 한동안 자숙을 하는지, 금족령이 내렸는지 방송에도 안 나오더니 지상파에 또 나와, 현 정부가 유독 ‘제주4·3’의 진상이라며 그 정당성을, 역사를 한쪽만 보고 결론을 내며 논란의 종지부를 찍은 것을 또 그 ‘썰민’이 나와 그 특유의 비아냥으로 은근슬쩍 가세하고 있었다. 그 ‘썰민’은 40대 후반이라는데 그런 역사의식의 형성이 되기까지 누구로부터 배웠는지가 더 알고 싶다.
교단에서 그렇게 배웠으면 그 다수의 학생들이 그런 역사관에 머물렀을 것이니, 그렇다면 ‘찻잔 속에 태풍’이 되고 말 일은 아닌데 아무도 여기 동조하지 않는 걸 보니 순전히 그의 독특한 스타일(사물을 비틀어보는)로만 치부할 수 있게 한다. 내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바로 나타났다.
일전에 ‘썰민’이 또 석굴암을 두고 ‘일제가 고의로 훼손했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렀기 때문이다. 그에 동조하는 SNS가 좀 뜨더니 그것이 명백히 틀렸다는 주장이 바로 나왔다. 1912년 당시에 이미 석굴암 천장 3분의1이 훼손돼 본존불상이 파손될 위험에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이 이런 데도 ‘썰민’이 ‘석굴암은 1천년 이상 곰팡이 하나도 안 슬었을 정도인데 콘크리트와 시멘트를 발라서 완전 훼손시켰다’고 했으니, 그의 상식을 의심하기 앞서 왜 그런  ‘삐뚤어진 사고의 의도’는 뭣인지가 더 궁금하다. 
우리 근현대사의 연구에 박식해 존경 받는 원로 학자라면 귀 기울일 수 있지만 ‘한국사 인기강사’의 이름만으로는 그가 보는 역사적 사실마다 왜곡 일변도이니 이를 어쩌나? 3·1절 얘기하다 ‘썰민’ 성토장이 돼버렸다. 정당인이 국회 연설에서, 불룸버그 외신 기자가 쓴 ‘文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 썼다고 인용했더니 국가원수모독죄가 나오고, 여타 다른 문제로 학문·사상·표현의 자유도 나오는데, ‘썰민’도 그 세 자유의 범주에 넣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 강사’가 가진 모든 역사관이 상식을 너무 많이 일탈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