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가 온 것을 내가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사이 수년이 지나갔다. 적어도 내 판단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우리 사는 사회, ‘발전과 변전’이 이어지며 역사를 만들어 간다. 그  발전과 변전의 동인(動因)은, 농업사회가 산업화사회로 가며 과학기술의 발달이 그 요체요 따라서 풍요로운 시대는 수명을 연장케는 했지만, 다원·다양화된 인간 생활은 ‘풍요 속에 빈곤’이라 하듯 그 여파는 ‘비혼·혼밥족’이라는 기현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비혼·혼밥족과 ‘빈곤’이 연관이 있는지의 여부는 나로선 판단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그 결과로 출산도 줄어들고 인구 감소는 오히려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이런 추세에 따른 변화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으며 1인 가족이 늘고 가장 피부로 느끼는 것이 취학아동의 급감이다. 그러니 초교는 폐교로, 중고교는 인근 학교로의 전학이 대책이었다. 때로는 학군·교통 문제로 분란이 있기도 했지만-.
6·25 전후 인구팽창이 나라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국책으로 산아제한에 들어갔다. ‘생긴 대로 낳다보면…’이라는 자극적 출산 제어책(制御策)이 나오는가 하면, ‘둘만 낳아 잘…’, ‘둘도 많다 하나만…’도 나왔다. 더 적극적으로는 예비군 훈련장에서 정관시술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지금 생각하면 한 편의 코미디였으며 금석지감에 다름 아니었다. ‘사람이 자원’인 시대는 이미 아니었다.
지금 각급 학교 졸업, 입학시즌이다. 어느 날 일간지에 부산 사하구 감정초교가 39회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폐교의 순서를 밟는다며 그 졸업생들이 두 뺨을 흐르는 눈물을 감싸며 단체로 우는(?) 사진이 찍혔다. 그 한 어린이는 어떻게, 얼마나 서러운지 누굴 원망이라도 하려는 듯 눈을 뜨고 정면을 응시하며 울고 있었다. 인간사 희로애락의 어디에도 속하지 않을 감정 표현이었다. 그 울음 속에는 6년간의 만감이 스쳐 지나가는 파노라마를 추상이라도 하려는 듯이 보였다. 그 청순한 울음에 나는 곧장 웃음이 나옴을 피할 수 없었다. 흔히 쓰는 말 순진무구로는 그 티 없이 맑은, 순수·순박을 표현할 말을 찾을 수 없어 나는 그냥 웃기만 했다. 
사실 말이지 근원적으로 그렇게 서럽고 슬프다고 할 일은 아닌데 어찌 그리도 천진스럽기도 한 감성의 표출인지, 그 해맑은 울음에 곧장 웃음만 나왔다. 폐교가 되는 것이 저렇게 예쁜 얼굴에, 저리도 어여쁜 울음이 나온다는 것에 대해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인생살이 눈물만큼 가식이 없는 감정 표현은 없으리라. 때로는 값싼 처세술로 슬픔이라는 가면을 쓴 눈물이 있는 것이 우리들 인생사임을 부정할 수 없다. 솔직히 말해 사노라면 세파에 부대껴 때 아닌 작위(作爲)이거나 부작위의 이른바 사술도 있음이 기성세대에게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저 천진난만한 꽃송이들의 울음에는 그런 가식은 없으리니 그 눈물 순도를 측정하면 100%의 청정수(淸淨水)이리라. 
굳이 성선설을 들지 않더라도 때 묻지 않은 그 맑고 깨끗한 인성으로 친구들과 조잘대며 공부했던 것이 말로는 다 못할 즐거웠던 일인데, 6년의 ‘기억의 장’을 졸업장이라는 명예를 받고 청순한 시절의 추억을 철이 들며 양식  삼아가며 살아갈 것인데, 그 모교가 없어질 허전함에 서러움으로 변해 왈칵 눈물이 나왔을 것이었다. 더구나 그 어린 시절에는 ‘집 다음에는 학교’일 터이니 말이다.
공부했던 자랑스러운 추억은 있지만 교명이 사라질 것을 생각하니 그 순수 감성에 누선(淚腺)은 그냥 있지 않았다. ‘눈물의 합창곡’으로 연주되고 말았다. 졸업하고 학교를 떠나 성인이 돼도 자기 출신학교 교명이나 교가만 들어도 가슴이 뛴다고 한다. 인생을 살아가는 사이사이 그 아름다운 추억은 자양도 될 터인데, 그 연속성이 하루아침에 단절이 된다니 그럴 만도 했다.
사실 나도 그렇게 눈물을 쏟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7년 전(2012)에 항상 자존감을 갖게 했던 내 정든 초교 지사학교가 사라진다는 비보(?)에 충격 말고는 쓸 말을 찾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대대손손 자식을 낳아 손을 이어가듯 한 번 있었던 학교도 이와 크게 다를 게 있겠는가. 그랬는데 학교가 없어지다니, 내 입학 때 60여 명의 두 학급이었는데, 교실이 모자라 교사 증축도 하고, 오전·오후 2부제도 했던 강성했던 학교가 50여 년 만에 폐교가 되다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역사의 변전이 있은 게 아닌가 하는, 어이없는 위안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그 감정초교의 눈물, 거기 동화돼 슬프기는커녕 오히려 즐거워 웃음이 나왔다. 가식 없는 감성이 너무 청순하고 아름다운 울음이내 웃음을 불렀다. 그래서 ‘그게 그렇게 울 일이니?’라고 되묻고 싶었으며 그래도 나는 즐거운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같잖게 그 사진을 볼 때마다 ‘하하하…!’라고 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