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의 동남쪽 지역에 자리하고 있는 순천은 이름난 작가를 여럿 배출한 문향文香의 고장이다. 순천이 낳은 대표적인 작가들을 들어보면, 소설 「태백산맥」의 조정래와 「무진기행」의 김승옥 그리고 동화 「오세암」의 정채봉 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조정래는, 특이하게도 1943년 순천군 쌍암면 죽학리(현 순천시 승주읍) 선암사仙巖寺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인 조종현이 ‘철운’이라는 법명을 쓴 대처승이었기 때문이다. 철운 스님은 선암사 부주지 출신의 진보적 관점을 지녔던 시조시인으로, 해방 후 절 사유지를 소작인들에게 무상분배 하자고 주장했다가 좌익으로 몰려 사형을 당할 뻔한 적이 있었다. 이러한 출생 배경이 조정래의 문학적 특성을 이루는 데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조 소설가는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70년 「누명」으로 문단에 나온 이후 수많은 명작들을 쏟아내었다. 대표작으로는 예의 「태백산맥」을 비롯하여 「아리랑」, 「한강」 등이 있다. 서정주의 제자이지만 스승의 친일 행적을 조사하고 파헤치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 올곧은 인품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의 문학적 성취를 일군 지렛대는 ‘가난’과 ‘분단’이라는 두 축이라고 하겠다. 문학청년 시절 조정래의 가족은 서울 성북동 달동네에서 살았다. 거주지 주변의 남루한 이웃들을 보면서 그는 문학이 이들을 외면하고서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6·25 한국동란을 겪으면서 미군이 군홧발로 안방까지 치고 들어오는 광경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 그 충격적인 기억은 잠재의식 속에 두고두고 남아 그의 의식세계를 지배하였고, 이 아픈 기억이 그가 분단 문제를 문학의 화두로 삼는 계기가 되었다. 민족사가 지닌 모순을 파헤치면서, 동시에 민족의 저력과 민초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담아내는 주제의식, 질박한 전라도 토속어의 구사, 탄탄한 서사구조 등으로 하여 조정래 문학은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우뚝한 산줄기를 지녔다고 하겠다.
순천이 자랑하는 또 한 명의 소설가인 김승옥은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니혼대 법학부를 졸업한 도쿄 유학생이었고, 어머니는 오사카에 이민 와 있던 한의사의 딸이었다. 그의 부모는 그 후 태평양 전쟁을 피해서 1945년쯤에 전라남도 순천으로 이주했고, 종전終戰 이래로 거기에 정착하게 된다. 그 이후 김승옥은 1948년 여순반란사건의 와중에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다. 1952년에 월간 《소년세계》에 동시를 투고하여 게재되면서 될성부른 떡잎이란 것을 보여주었고,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생명연습」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소설 「달궁」으로 유명한 서정인과 더불어 순천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1960년대에 활발히 창작활동을 펼친 작가로서, 당시 예의 「무진기행」을 비롯하여 「서울 1964년 겨울」,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등 일련의 작품으로 우리 문단에 ‘감수성의 혁명을 일으킨 작가’라는 찬사를 들은 바 있다. 특히 「서울 1964년 겨울」로 최연소 동인문학상 수상자가 되면서 크게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서울의 달빛 0장」으로 초대 이상문학상 수상작가의 영예를 얻었다. 그 이후 개신교로 개종하면서 창작을 중단하고 목회자의 길을 걸음으로써 문학과 멀어지게 되었다. 중도에서 방향을 바꾸지 않고 줄곧 작가로서의 길을 걸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빛나는 문학적 성취를 거두었을 것임을 생각할 때, 문단으로서는 많이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정채봉은 1946년 전라남도 승주에서 출생하여 2001년 간암으로 타계한 동화작가이다. 1975년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였으며, 1978년부터 2001년까지 월간 《샘터》를 발행하는 샘터사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꽃다발」이 당선되면서 등단하였으며, 1983년 동화 「물에서 나온 새」를 발표하여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11권의 동화와 7권의 생각하는 동화, 11권의 에세이집과 시집을 발표하는 등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쳤다. 특히 「물에서 나온 새」를 비롯하여 1984년의 「오세암」, 1991년에 나온 「생각하는 동화」(전 7권) 등은 모두 300만 부 이상 판매되는 대기록을 남겼다.
그는 방정환方定煥, 윤석중尹石重, 이원수李元壽 이후 침체된 한국의 아동문학을 부흥, 발전시키는 데 크게 이바지한 인물이다. 또 간결하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는 이른바 ‘생각하는 동화’ 시리즈를 샘터에 연재하여 한국에서 성인동화라는 새 장르를 개척한 작가로도 평가 받고 있다.
현재 순천에는 교량동에 순천문학관이 세워져 정채봉관과 김승옥관으로 나뉘어져 운영되고 있으며, 벌교읍에는 태백산맥문학관이 개관되어 조정래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