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도 별도 뜨지 않은 깜깜한 밤, 금방이라도 무엇이 나올 것 같은 무서움이 엄습한 깊은 밤, 어딘가 부스럭 소리만 나도 신경이 곤두세워지는 호젓한 산길을 선비가 지나고 있었다. 그 때 반대편에서 등불을 치켜든 사람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는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앞을 못 보는 장님이 더구나 깜깜한 밤에 등불을 들고 다닌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선비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도 궁금해 인기척을 하며 장님에게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
“여보시오. 나그네 양반, 당신은 앞을 못 보시는 분 같으신데 등불은 왜 들고 다니시오?”
장님은 태연히 말했다.
“눈뜬 사람을 위해서지요. 행여 그 사람이 나를 보지 못하고 부딪쳐 낭패를 보면 어떻게 합니까?”
어떻게 생각하면 아주 어리석기 짝이 없는 생각이라고 비웃을 수도 있지만 선비는 장님의 그 말에 자신의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혼자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앞 못 보는 장님조차 이렇게 남을 위해 배려하는데 두 눈이 멀쩡한 나는 남에게 어떤 배려를 하였는지......’
어떤 사람이 지옥과 천당에 여행을 가게 됐다. 마침 식사시간이 돼 식사하는 광경을 보고 느낀 점이 많았다고 한다. 공동식사를 하는데 큰 양푼 이에 통 밥으로 밥을 담아놓고 석자가 넘는 숟가락으로 밥을 먹고 있었다.     지옥의 사람들은 긴 숟가락으로 자기의 입에 먼저 밥을 떠 넣으려고 하다보니 한 숟갈도 먹지 못하고 싸움만하고 있었다.
천당 사람들은 긴 숟가락이지만 남의 입에 먼저 밥을 떠 넣어주니 얼른 받아먹고, 그 사람도 상대방이 떠준 밥을 사이좋게 나누어 먹고 있었다. 이 두 광경을 보고 천당 갈 사람과 지옥 갈 사람을 구분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눈보라치는 추운겨울, 네팔의 ‘썬다싱’이라는 성직자가 산을 넘고 있었다. 마침 방향이 같은 길을 가는 한 여행자가 있어 무척 반가웠다. 사이좋게 산을 올라가다가 혹심한 추위에 얼어서 신음하는 사람을 발견했다. 썬다싱은 동행한 여행자에게 그 사람을 교대로 등에 업고 가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그 여행자는 “미쳤소? 나도 추워서 얼어 죽을 판인데…….”하며 혼자 산을 오르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썬다싱은 얼어있는 나그네를 혼자 업고 산을 넘고 있었다. 썬다싱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고, 나그네는 썬다싱 등의 온기에 몸이 녹아 살아났으며,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무사히 산을 내려 올 수 있게 됐다. 산 중턱을 내려오는데 날씨가 추워 얼어 죽은 시체가 여러 명 널브러져 있었다.
그런데 그 중에는 먼저 혼자 살겠다고 앞서간 여행자의 시체도 보였다. 혼자 살겠다고 먼저 올라간 사람은 죽고, 얼어 있는 사람을 등에 업고 간 썬다싱 이라는 성직자는 살았다는 이야기다.
위의 세 가지 이야기가 우리들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많이 나와야 더불어 살아가는 훈훈한 세상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