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月의 마지막 휴일, 친구들과 도봉산(서울)에 올랐다가 하산하는 길에 목도 축일 겸 녹두빈대떡을 맛있게 부치고 있는 막걸리 집에 들렀다.
구석진 곳 의자에 앉자마자 휴대전화 벨이 울린다.
익숙지 않은 전화번호라 의아해하면서 통화버튼을 눌렀다.
대구근처에 사는 여동생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향(고령 개진면 생리)에 혼자계시는 어머니(83세)가 경로당에서 노시다가 갑자기 가슴통증을 호소하고 호흡마저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는 긴박한 연락이다.
작년 10月에도 심근경색증상으로 병원신세를 진 적이 있어 눈앞이 캄캄해진다. 119 구조대에 전화하여 도와달라고 요청하였단다.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초조한 마음에 여동생과 몇 번이나 통화를 시도하면서 허겁지겁 대구에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고령119안전센터에서 신속하게 대구의 큰 병원으로 이송한 덕분에 응급조치를 받고 일단 위기를 넘겼단다.
휴~ 나도 모르게 긴 안도의 한숨이 내뿜어 졌다.
시간을 지체했으면 위험한 상황에 까지 갈수도 있었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을 나중에 전해 듣고 가슴이 섬뜩함을 느꼈다.
그리고 위급 환자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병원으로 이송해준 고령 119안전센터에 대한 고마움에 가슴이 찡하게 감동의 잔물결이 일어났다.
나 자신도 33년간 국가의 녹을 먹은 공직생활을 했지만, 서민들이 고마움을 피부로 느낄 만큼 봉사의 손길을 편적이 과연 몇 번이나 있었는가를 생각하니 스스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고령소방서(서장 이진우) 119안전센터에 전화(054-954-0119)를 걸었다.
멀리 객지에 있는 자식보다 더 큰 효도를 한 박종구, 정원태 대원에게 우선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낸 세금이 한 푼도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의 공복으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고 군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더욱 열심히 봉사하겠다”는 박종구 대원의 겸손과 다짐에 미덥고 마음이 든든함을 느꼈다.
때마침 새로 취임(2.25)한 박근혜 대통령께서 “국민의 삶이 불안하지 않는 국민행복시대를 만들겠다.”고 선언한터라
우리 고향의 공직자들이 이미 대통령의 국정목표를 실천하는데 한발 앞서 가고 있다는 점에 대해 긍지감과 함께 앞으로 큰 밑거름역할을 하겠구나하는 자부심마저 들었다.
고향의 따뜻하고 고마운 이웃들이 119구조대뿐이겠는가. 등기, 소포, 택배물건을 들고 일일이 집을 찾아가 문안인사와 함께 전달하는 집배원들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가장 절실한 복지시혜 행정을 펴는 면단위 일선행정요원들도, 무의촌의 노인건강을 1차적으로 챙기는 보건진료소 요원들도, 눈물겹도록 고맙고 따뜻한 고향의 이웃들이다.
특히 농촌의 집집마다 노부모들만 살고 있고 자식들은 대구로, 서울로 흩어져 살고 있어 설 추석 명절 때나 한두 번 다녀갈 뿐인데 고향을 묵묵히 지키는 동창, 친구, 후배들이 노부모들의 심부름꾼이 되어주고, 때로는 삼겹살에 막걸리까지 대접하면서, 의논상대로 말벗이 되어준다는 말을 전해들을 때 그 정성과 고마움에 눈물이 핑 돌뿐이다.
이순(耳順)을 넘어선 지금부터라도 그동안 고맙고 따뜻한 고향의 이웃들로부터 신세진 빚을 갚아 나가야 할텐데…마음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