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 복이 와요’란 코미디 프로가, TV도 귀하던 시절 그 방송 시간이 되면 거리에 사람이 없을 정도로 한 시대를 휩쓸었던 때도 있었다.
웃음, 그 갈래는 대단히 많다. 미소, 폭소가 있는가 하면 실소, 조소도 있다. 모두가 우리들 삶과 함께 하는 본성 표출의 한 부분이며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요소이고 어쩌면 살아가는데 소중한 자산일지도 모른다. 인재도 적재적소가 있듯 ‘웃음’도 양념이 돼 정곡(正鵠)을 찌르기도 하니 말이다.    
우리들 일상에서 웃음과 관련된 말은 참으로 많다. ‘태연한 모습의 비유[言笑自若]’가 있는가 하면, ‘많이 즐거워 웃는 웃음[笑嘻嘻]’도 있고 ‘겉으로 웃어도 속으론 칼을 품는다는[笑中有劒] 말’도 있다.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칼을 품은 웃음’이 있다. 1949년 우리 이봉창(李奉昌·1900~1932) 의사가 일본 천황을 암살하려고 김구 선생과 계획을 세워 장도(壯途)에 오르기 전, 가슴에 자필 선언문(‘…한인애국단의 일원이 돼 적국의 수괴를 도륙하기를 맹서…’)을 붙이고 양 손에 폭탄을 들고 태극기를 배경으로 해 환히 웃는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 설명은, ‘비장한 광경이지만 춘풍만면(春風滿面)한 그의 얼굴을 보라!’였다. 춘풍만면! 가슴에 품은 그 뜨거운 강기(剛氣)를 웃음으로 승회시킨 것이었다. 그 웃음 속에는 위대한 ‘조국애와 광복의 뜨거운 숨결’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실패하고 말았다. 거듭 말하지만 ‘웃음’이라는 고귀한 인간의 본성을 피력하자니 무엄하게도 ‘이봉창 의사의 웃음’을 인용해본 것이다. 어쨌거나 웃음은 절제가 있어야 함이 불문율이다. 너무 인색하면 인간미가 없다 하고 너무 헤프면 무게감이 안 보이는, 쉽고도 어려운 게 웃음이다. 그러나 웃음이 아무리 좋은 인간관계나 인품의 표상이라 해도 때와 장소, 분위기에 따라 적절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과 같이 경기 침체와 일자리 대란 그리고 부동산 관계의 정책이 나올 때는 국민들이 예민해 그 추이에 애가 타는데 담당 공직자가 웃음을 보인다면 가볍게 보일 뿐만 아니라 업무의 중요도도 흐리게 한다.
지금 공청회도 열리고 있다. 임명만 되고도 이른바 ‘세속에서 말하는 출세’ 를 했다고 얼굴 가득 웃음을 보이고 파안대소를 보자니 엄중한 국정의 책임을 맡으려는 사람이 저리도 웃음이 헤픈가 해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그런가 하면, 언젠가 임명만 받은 후보자에게 기자가 소감을 물었더니 중후한 표정으로 정중히 손사래를 치며 아직은 미정이니 정식 지명이 되면 그때 하겠다는, 좀체 보기 드문 광경을 보기도 했다.
또 있다. 적어도 국무회의 자리에서만은 파안대소는 없어야 한다. 엄격히 말해 장관직은 개인으로는 영달이지만 5천만의 국리민복을 선도해야 할 사명이 막중한 ‘선장’인데 웃음이 많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지나친 ‘근엄함’도 부적합이지만 국책의 엄중함을 생각한다면, 가벼이 보지 않으려면 천성이 웃음이 좀 많더라도 적어도 국가 주요 업무일 때만은 국민의 관심과 아픔을 함께 하는 표정이라도 지었으면 좋겠다. 물론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가 위엄을 찾으라는 말은 아니다. 내가 주장하는 핵심 키워드는 엄숙 진지함도 함께 하라는 말이다. 정말 국가백년대계를 무겁게 생각하고 여러 국정과제 중 하나를 취사선택해야 할 때 그야말로 가벼운 웃음보다 고뇌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졸속은 절대 금물이다. 국정 과제! 엄숙하고 경건한 국가관이 대전제이다. 국민들은 걱정이 깊어 가는데, 새 정책이 제 괘도에 오르려면 인내를 필요로 하고 일시적 ‘성장통’이라고 변명하고, 그도 궁하면 ‘단순 실수’일 뿐이라고 얼버무린다. 오래 전 ‘민생고’ 해결이 먼저일 때는 통했지만, 지금은 상황도 다르고 내놓는 정책마다 흠결이 더 많으니 그 위기 모면용이거나 타성(惰性)에 젖은 말만 늘어놓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3차 남북회담도 끝났다. 지구상에 ‘유일무이’한 나라, ‘인간기계’인 나라 그 광적으로 환호하는 군중에 손 흔들고 넉넉한 미소는 좋지만 몸체를 숙여가며(폴더형)까지 차릴 예의는 아니었다. 너무 들뜬 모양새였다. 겸양할 게 따로 있지 ‘남쪽 대통령?’ 참으로 기가 막힌다. ‘민족의 자존심…, 불굴의 용기를 보았다’고? ‘5천만의 대한민국’이라는 자존감은 어디로 갔는가. 내 그럴 줄은 짐작은 했어도 너무 심하다.
과거 남북회담 때 어느 대통령은, 상대는 무표정에다 미소도 없고 마지못해 손을 내미는데 우리 대통령은 그야말로 희색이 만면해 심하게 말하자면 마치 ‘과장이 국장’을 만나는 형국이었다. 그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데 또 그런 재연을 보자니 몹시 눈에 거슬렸다. 공동선언 합의문도 나왔다. 외견상은 그럴 듯하지만 핵심 키워드인 ‘비핵화 로드맵’이 없다고 한다. 어쨌든 한반도 평화에로 가는 길이야 누가 반대할까만 진짜 비핵화는 어려우리라는 국제 여론이 있고, 아직까지 순수하게, 자의로 선택한 비핵화는 없었다는 것이 세계인의 논변(論辯)이다. 여기 편승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나도 평소 중·러가 버티고 있는 이상 비핵화는 안 된다는 단견(?)을 갖고 있었고 지금도 변치 않는다. 나의 고질일 지도 모른다. 우리 일상에서 무엇보다도 소중한 ‘웃음’을 소재로 잡았다가 엇길로 나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