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지역 딸기 관련 조직 현황

고령지역에서 딸기영농조합법인이 설립된 것은 지난 1994년 12월 첫 딸기재배지역인 쌍림면의 임천원예영농조합법인이 최초였다.
이 영농조합은 조합 설립 이전 몇 년간은 작목반 형태로 유지해오다 영농조합법인으로 전환한 경우다.
이후 쌍림면에서는 안림원예영농조합, 임천원예영농조합, 쌍림원예영농조합 등 딸기 관련 영농법인들이 우후죽순으로 설립되기 시작했다.
또 쌍림지역에서 시작된 딸기재배가 고령읍, 개진면, 덕곡면 등으로 확산되면서 이들 지역에서도 작목반이나 영농조합이 설립돼 고령지역에는 10여개의 딸기 관련 영농조합법인이 난립하게 됐다.
특히 현재 고령.덕곡.개진지역에는 각 1개의 영농법인이 운영되고 있는 반면 쌍림면에는 일부 영농조합이 쌍림공선출하회로 흡수되기는 했으나 관련 영농법인의 난립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현실이다.
또 2011년 7월 현재 이들 일부 영농조합들에 등록된 회원 농가수가 4～5명에 그치는 경우도 있는 등 고령지역 영농조합의 현주소를 잘 말해주고 있다.

영농조합법인 왜 난립하나

이처럼 영농조합법인이 우후죽순처럼 설립되는 이유는 설립시기나 지역마다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공통적으로는 정부나 자치단체의 보조금 수령을 위한 것이 가장 큰 목적으로 꼽히고 있다.
개인 또는 작목반 형태로는 보조금 수령에 어려움이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 일부 영농조합의 경우 기존 지역농협이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 유통을 등한시한 원인도 작용하고 있다.
지역의 한 영농조합 관계자는 “지금까지 지역농협은 정작 중요한 조합원들의 농작물 판매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실정이었다”면서 “사정이 이렇다보니 조합원들이 따로 영농법인을 설립해 스스로 유통에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에 이르고 있는 것”이라며 지역농협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이 관계자는 “현재 고령지역 딸기농가의 상당수가 후작을 하지 않아 연작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이 같은 문제는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농가들이 후작을 하지 않는 주요 원인 또한 후작 농작물의 적절한 판매망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연작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후작을 위해서도 농협이 유통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영농조합의 난립에는 근본적으로 조합원들의 농협에 대한 불신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농작물 유통에 대한 농협의 대처 부실과 함께 일부 농협의 각종 사업에 대한 의혹과 비리가 이어지면서 조합원들의 신뢰가 무너져왔던 것 또한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영농법인 운영은 잘 되고 있을까

현재 고령지역 내 딸기 관련 영농법인의 경우 각 법인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일부 영농법인의 경우 운영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농법인의 난립으로 법인을 통한 보조금 사업 등에 대해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여기저기서 말썽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지역농협의 한 관계자는 “보조사업비의 경우 대부분의 영농조합이 쉽게 얻어서 쓸 수 있는 자금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면서 “특히 보조사업을 진행해놓고 적절한 관리와 통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보조사업 원래의 목적에 부합하지 못하고 예산만 낭비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보조사업을 시행할 때는 반드시 필요한 사업을 잘 선정하고 이를 적절히 관리.통제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특히 앞으로는 지원사업에 대해서도 일률적으로 분배하는 방식이 아닌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예산배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원간 갈등 또한 영농법인 운영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같은 영농법인 소속 일부 회원들이 다시 분리해 새로운 영농법인을 설립하는 사태로 이어져 영농조합 난립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과거 농협의 문제들이 영농법인에서 유사하게 재현되는 경우도 있다. 각종 농사 관련 제품 회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위 영농조합 내 실력자들이 이들 회사들의 로비대상이 되는 것이다.
지역농협의 한 관계자는 “과거 농업 관련 제품 회사들이 조합장 등을 대상으로 로비를 한 것처럼 영농조합에서 이들 제품을 일괄 구매하게 되면서 영농조합 대표 등에 대한 로비가 이루어지고 이들에게 리베이트 등 각종 이익을 제공하는 사례가 허다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농협에서 발생했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영농조합을 통해 재현되는 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런 현실이다 보니 영농법인 대표 등 법인 내 힘있는 자리를 차지하려는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고 결국 영농법인이 본래 설립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유통 분산으로 가격 협상력 저하

이처럼 영농조합 난립이 지속되면서 유통의 분산으로 인해 가격 협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들 영농조합 가운데는 회원수가 소규모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물량을 대량 공급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작용하고 있다. 이는 곧 구매자와의 가격협상에서 불리하게 적용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역의 한 농협 관계자에 따르면 “최대한 저렴하게 농산물을 구매하려는 구매자의 입장에서 보면 농산물 유통이 일관되지 않고 분산된 경우에 더욱 유리한 위치에서 구매를 할 수 있게 된다”면서 “이제 유통도 규모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만큼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일부의 경우 소규모를 유지하면서도 협상력을 유지하고 있는 영농조합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유통분야에서도 갈수록 규모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인 점을 감안하면 유통의 단일화 실현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지역 공동브랜드의 걸림돌로 작용

다른 농특산물과 마찬가지로 고령지역 딸기에서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브랜드를 통일해 출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이를 위해 출하박스 통일 등의 시도가 있었지만 이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고령지역에는 현재 농협연합사업단의 ‘햇살그린’이라는 공동브랜드가 있지만 연합사업단을 통해 출하하지 않는 경우 같은 고령지역에서 생산된 농특산물이지만 브랜드가 제각각으로 붙여져 출하되고 있어 지역 공동브랜드의 사용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품질 관리에도 어려움이 따를 뿐만 아니라 지역 농산물에 대한 이미지 손상 등 다양한 문제점을 야기할 우려가 높은 현실이다. 
이 같은 문제점의 배후에도 난립한 법인간의 갈등과 법인과 농협간의 갈등 등이 첨예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한 영농법인 관계자는 “고령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브랜드가 통일되지 못하고 각 지역마다 제각각인 현실이다 보니 자칫 일부 브랜드로 인해 지역 농산물 전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히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면서 “타 지역과의 경쟁이 치열한 현실에서 같은 지역 내에서의 갈등으로 경쟁력이 약화되는 현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영농법인의 난립으로 인한 문제점에 대해 지역농협의 한 관계자는 “고령지역 전체 농산물 경쟁력을 위해서는 브랜드 통일을 통한 규모화와 품질관리 체계화 등이 시급하기 때문에 부실한 영농법인들의 통폐합과 함께 이들 법인들의 난립을 막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문제점을 안고 간다면 우리지역 농업의 앞날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