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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당부
곽 흥 렬 수필가 / 동리목월문예 창작대학 교수  |  webmaster@goryeo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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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1  14: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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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실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선다. 환자의 모습보다는 “헉헉” 거친 숨소리가 제 먼저 우리의 방문을 맞는다. 환자는 지금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 생의 마지막 호흡을 몰아쉬고 있다.
고장 난 기계음 같은 가쁜 숨결이, 저쪽 세계로의 머나먼 여행을 재촉하는 듯 무겁게 내려 깔린다.
육촌 자형이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입원해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 서둘러 찾아온 길이다. 산소 호흡기에 생명줄을 의지한 채 병실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꼼짝없이 붙들려 있다.
그렇게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지낸 지 꼬박 달포가 됐다고 했다. 시골 병원의 열악한 시설이 환자의 발을 족쇄도 채우지 않고 꽁꽁 묶어둔 것이다.
우리의 모습을 보자, 환자의 얼굴에선 희색이 돌며 엷은 웃음기가 배어난다. 그동안 혼자서 사신死神의 그림자와 씨름하느라 몸보다 마음이 더 지쳤으리라. 우리는 애써 울울한 심사를 감추고 같이 웃어 주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환자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낸다. 그리고는 힘에 부친 듯 이내 말꼬리를 흐린다.
“대도시의 큰 병원으로 한번 옮겨 봤으면…….”
우리는 독백처럼 내뱉는 그 말에서 얼핏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몸부림치는 강렬한 생의 의지를 읽어냈다. 그것은 차라리 실존자로서의 본능 같은 것이었다.
누나는 마지막 소원이 될 수도 있으니 환자의 청을 들어 주고 싶다고 했다. 그 결심 속에는, 어쩌면 자책감으로 두고두고 가슴을 쥐어뜯을 것 같은 앞날의 일에 대한 두려움의 심정이 깔리어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누나의 뜻에 한입으로 마음을 모아 주었다.
구급차를 불렀다. 잠시 후면, 앰뷸런스가 한낮의 평온을 흔들며 저승사자처럼 득달같이 병원 문으로 들어설 것이다.
차가 도착할 동안, 우리는 서둘러 짐을 꾸렸다. 옷가지며 음료수, 그 밖의 자질구레한 일상용품들, 얼마나 지낼 것이라고 그동안 바리바리 많이도 갖다 날랐던 모양이다. 이것저것 챙겨 갈 물건들이 보따리 보따리다.
누나가 직장에 근무 중인 아들에게 차를 좀 가지고 와 달라고 전화를 넣는다. 환자는 병원으로 떠나고 짐은 집으로 떠날 참이다.
“영훈아, 주차―, 안전한 곳에다―, 잘 해 두고―, 오너라.”
환자가 연신 가쁜 숨을 헐떡이며 아들한테 이렇게 당부를 한다.
환자의 입에서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나는 마치 전기충격기에라도 얻어맞은 듯 정신이 아뜩했다. 이번에 떠나는 이 길이 생의 마지막 여행길이 될지도 모를 중환자가 아닌가. 그런 병인이 오늘을 걱정하고 있다.
아, 사람의 집착이란 게 얼마나 찰거머리 같은 것인가. 그 지독스런 집착을, 나는 그날 다시 한 번 똑똑히 보고 말았다.
내일 일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사람이다. 아니, 설령 안다 하더라도 숨이 멎는 그 최후의 순간까지 부질없는 집착에서 놓여나지 못하는 어리석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환자의 마지막 당부가 죽음의 예비군들인 우리를 향해 새삼 생의 본원적인 물음 하나를 던진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서 사는가?”
  
며칠 후, 나는 자형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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