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이나 끼적이는 내가 ‘나라 걱정’을 하는 것이 적절치도 않고 깜냥도 안 되는 줄 내가 더 잘 안다. 그러나 지금 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있자니 무관심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내 이 3등시민의 나라 걱정쯤이야 아무도 관심조차도 갖지 않을 것이며 시정 잡류(?)의 소리일 뿐이라고 폄하하겠지만 그 만만한 ‘표현의 자유’를 빙자해 써보는 것이다.
나는 영락없는 ‘보수꼴통’이다. 항상 진보보다는 보수 편이었고 양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도 진부를 가리기 전에 내 나름으로 논리를 펴 보수 편을 들었다. 그럴 때마다 공평한 잣대가 아니라 ‘부화뇌동’이었다는 말이다.
나는 근현대사를 보고 배우며 그 역사觀 속에서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이른바 운동권 486세대를 보면 이 나라가 어디로 가려는지 걱정이다. 좀 심한 비판 세력은 ‘청와대공화국’이라는 막말을 쓰는가 하면, 장관은 실세 ‘실장·수석’에 밀려 ‘자기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주요 정책은 실장·수석이 브리핑까지 하는 나라이니 말이다. 도대체 삼권분립은 어느 나라 얘긴지 모르겠다.
  나라 비판을 좀 하려니 먼 곳 인용부터 먼저 해야겠다. 2016년 중국 총리 리커창이 서민 물가를 챙긴다며 한 시장을 방문했다. 한 정육점에서 장사가 어떠냐고 물었다. 평소는 잘 되는데 오늘은 한 근도 못 팔았다 했다. 그럼 내가 사겠다고 했더니 경호원들이 칼을 가져갔기 때문에 썰지를 못 한다는 것이었고, 또 다른 상품 가격 30위안에서 0 하나를 빼고 걸어놓기도 했다. 모두 사전 각본을 짠 ‘시찰 쇼’였던 것이다.
우리 80년대 대통령 민정 시찰 때 질문할 사람, 내용 등을 미리 각본을 짰지만, 미국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한 토크 쇼에 출연했는데 그의 열두 살적 사진이 스크린에 나오자 전혀 예상치 못 했다는 듯 ‘오!’, ‘세상에…’ 등을 연발했다. 그게 뒤늦게 발각됐다 한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 군용 헬기로 지방 시찰을 가는데 산들이 남벌로 벌거숭이가 된 것을 위장하느라 생소나무를 잘라 산을 덮었다는 얘기도 그 당시는 소문으로 있었는데 한참 지난 후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태생부터가 가장 권위주의 시대였던 5공 시절엔 그렇다 치고, ‘사람이 먼저다’라며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이 정부도 별로 다르지 않다. 지난 7월26일 광화문에서 시민들과 ‘맥주 타임’을 가졌을 때 ‘편의점 알바생’ 배 모씨가 대통령과 건배를 했다. 당초에는, 참석자들은 대통령이 오는 줄을 몰라야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했는데 그 배 모씨가 작년 3월 한 빨래방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 소주까지 마셨던 걸로 확인됐다. 그러나 청와대는 배씨만 대통령 참석을 알았다고 궁색한 변명을 했지만 질문과 답변 모두가 각본을 짰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를 두고 ‘정치적…’이라는 저급한 표현을 쓰는가 보다.
확인된 바는 없지만 모든 것이 탁 행정관이 실수 했을 것이라고 시중에서는 말하고 있다. 탁 행정관! 임용 때부터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여중생 어쩌고저쩌고…’ 했는데 이를 무시하고 요직에 앉혔으니….
비록, 음담패설일망정 남자들이 술자리에서 한번 웃고 말 것이라면 모르지만 ‘행위’가 활자화 됐으니 소설의 한 대목도 아니고 이를 어찌 건전 사고라 할 수 있는가. 사실 마 교수의 외설 소설을 두고 법정 투쟁도 있었지만 이 탁 씨의 사례와는 근본부터 다르다. 
얼마 전 본인이 제 갈길 가겠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그것도 지금까지의 걸었던 길이 본인 의사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이제는 자기 길 찾아 가겠다는 함의가 숨어 있음이 분명했다. 청와대는 만류하며, ‘첫눈이 내릴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누구나 황당한 얘기엔 ‘소설 쓰고 있네…’라고 하는데 그 권력의 ‘핵심 비서실장’은 시 쓰고 있네…’라고 해야 할 판이다. 그냥 ‘반려한다’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오늘의 이 나라 문예부흥기(르네상스)가 오려는지 웬 문학인이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물론 사안에 따라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이 더 요구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일전엔 리비아 무장 민병대에 납치된 우리 한 국민에 대한 논평을 듣자니 참 어이가 없다. 국민의 안위가 촌각인데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한 줄기 소나기…, 새벽의 침묵에 귀를 기울이고…, 타들어가는 목마름…’ 등 왜 거기 희화화하는 듯한 문학적 수사가 동원되는지 알 길이 없다. 참….
논란이 일자 한다는 변명이 점입가경이다. ‘달을 가리키면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본다(견지망월·見指望月)’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에서 나온 화두를  인용하며, 본질은 보지 않고 비판만 한다고 상당히 격분한 어조로 속사포를 쏘는 것이었다. 도대체 뭐가 본질인지 도저히 알 길이 없다. 국외자가 남의 말 하듯이 하는 형국이었다. 이럴 때 쓰는 말은 피안화시(彼岸火視·강 건너 불 보듯) 밖에 없다. 탈원전(?) 갈팡질팡 에너지 정책을 보면 선무당 칼춤(?)이 혀 밑에서 맴돎을 어쩌지 못한다. 탈원전 ‘공론화위’를 하더니 대입 문제도 공론화위를 했지만 결과는 죽도밥도 아니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국내 탈원전 부르짖다 원전수출 우선협상 자격도 잃고 말았다. 이 나라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민주공론화국’이라 해야 할 판이다. 국정 철학이 그 정도가 한계인가.
  당 강령에 북핵 위협도 빼는 여당, 교과서에 ‘유일합법정부’도 빼고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자는 정부, 이러다간 ‘민주공화국’이 ‘인민…’으로 대체할 날이 올까 정말 걱정이다. 처음 이 논의가 있었을 때 한 소장학자가 ‘인민민주주의’가 뭐가 나쁘냐고 항의한 일도 있었다 한다.
이와 연계해 이 정부를 보자니, 80년대 대학생 ‘전대협’이 남한은 미국의 식민지·종속국이고 북한은 자주적이라는 이른바 민족해방파(NL)와 민중민주주의파(PD)의 이념이 현실이 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거기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이고 군부대 동성애 찬성자가 군인권센터 소장이라니, 그 기세가 등등함을 보면 그게 바로 호가호위임에 다름 아니었다. 이 나라 안보관을 보면 과연 ‘개념’이나 있는지 의문이다. 북한 눈치 보느라 한미 군사훈련과, 우리 국군의 날 행사도 반으로 축소한다고 한다. ‘경제 문제’는 찔끔찔끔 무슨 마약(세금)을 쓰듯 한다. 정말 문제는 따로 있다. 지난 번 ‘낚싯배’는 국무회의에서 묵념도 하더니 정작 우리 해병대 ‘마린온’은 사고 3일 후 애도를 표했다니 이런 행태를 뭐라 해야 하나. 정말 ‘이게 나라냐?’밖에 없다.
8·15도 지났는데 또 다시 일어나는 ‘건국 논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지금까지 이어온 ‘1948년 건국’을 왜 이 정권이 갑자기 ‘1919년 임시정부’로 소급하는지 모르겠다. 그 ‘법통’의 문제가 아니라 그 시도(試圖)의 관철 여부를 두고 치룰 격랑을 걱정한다는 말이다. 임시정부는 임시정부로서의 의미가 있고, 건국은 국민·영토·주권·외교의 4원칙이 있어야 ‘건국’인데 여기 불합치이니 1948년 건국이 온당하다는 내 소견이다.
정부수립이 곧 건국인데 저리도 에둘러 ‘임시정부 건국’을 사수하려는 의도는 따로 있다. ‘건국 이승만’을 지워야 ‘임시정부의 법통’을 합리화시킨다는 고도의 책략이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중앙정치만 그런 게 아니다. 서울시청 청사에서 ‘김정은·북찬양행사’를 버젓이 여는가 하면 시장은 옥탑방에서 무슨 ‘극기 훈련’이나 하는지 그 수선을 떤다. 정말 실상을 알고자 하면 암행도 있고 예고 없이 전통시장을 가볼 수도 있는데 왜 위상에도 맞지 않는 꼼수를 쓰는지 모르겠다. 빗자루 들고 골목길 청소? 그렇게 한가한 ‘쇼’는 안했으면 좋겠다. 치졸하다. 또 폭염에 바다도 안 가는 판에 서울광장에 웬 인공해변? 거기 가서 더위 피할 시민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하다하다 참-. 그 돈으로 한강물 퍼다 절절 끓는 도로와 쪽방촌 골목길이나 식히든가….
이 나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서 나는 이미 꼴통이 됐지만 그  불만이라도 토하고자 한다. 빨치산 축제에 중학생을 인솔한 교사가, 너희들은 재수 없어 이런 나라에 태어났다고 하는가 하면, 제 나라 역사를 부정하고 이 나라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나라라고 성토했던 대통령도 있었다. 그렇다면 그 역사에서 탄생한 대통령은 치욕적 존재란 말인가? 73년이나 이어온 법통을 왜 허물어뜨리려는지, 납득할 길이 없다.
진보라는 이름으로 쓴 ‘백년전쟁’을 보면 정말 참았던 울분이 분수 터지 듯 한다. 이승만을 친일파, 하와이 깡패, 젊은 여자와 불륜을 저지른 불한당이라 하고, 박정희를 스네이크 박, 미국의 하수인으로, 산업 발전을 미국 구상에 따른 꼭두각시라고 저주 수준의 조롱을 했다. 이런 부정 평가를 보고 신복룡 교수는, ‘먼저 태어난 자의 슬픔과 늦게 태어난 자의 차이이며, 먼저 돌로 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설파한다. 이를 본 이인호 교수는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라 했고, 역사학계 회장을 지낸 유영익 교수는 현대사를 게을리 한 역사학계의 책임이라며 탄식했다. 내 감히 말하지만 원로 학자와 양식 있는 지식인들이 앉아서 나라 걱정만 하는 안이함에 무력감까지 느끼게도 한다.
이 두 대통령을 두둔하자는 뜻은 정말 아니다. 공이 있으면 과도 있다. 두 대통령의 과를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나라 건국 대통령이고, 산업화를 성공시킨 대통령이라고 세계가 인정하는 공도 있는 대통령을 공은 짓밟고 과만 들추기에 혈안이 돼 그렇게까지 매도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특히나 정의가 죽고 ‘불의가 득세한 나라’라고 한 대통령도 당시 여당과 그 드센 시민단체가 반대했던 제주해군기지건설, 한미FTA 등을 성공시킨 공도 있지 않는가. 부모공경, 조상숭배, 거기다 자기들 시조를 숭모하듯 과가 있어도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진보정권 얘기하며 빼놓을 수 없는 이슈는 ‘백년전쟁’ 영상을 만든 ‘민족문제연구소’ 그리고 ‘민변’이다. 특히 ‘민연’ 그들은 그렇게 못마땅한 이 나라 위해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누릴 것 다 누리고 살면서 왜 불평만 하는가.
정권 바뀌니 때를 만난 듯 세상을 휘젓고 다니는 민연과 민변은 국가 중대사 있을 때마다 분란을 일으키니 과연 이 나라는 어디로 갈 것인지 격정을 섞어 불만을 토로해 보는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