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르는 것이 많은 것은 당연히 견문이 좁고 식견이 모자란 탓이겠지만 몇몇 ‘이슈’에 대해서만은 결코 견문·식견 탓만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그것은 남들이 맞다고 하는 것도 나는 틀린다고 해야 하고 그럴 때마다 나 혼자 그것 참! ‘불가사의(不可思議)다’만 되뇌고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세계 7대불가사의인 영국 스톤헨지도 있긴 하지만…. 
한참 전부터 ‘양심적 병역거부’가 큰 논란이 돼오다가 대체복무를 허용하라는 조건부 헌재 판결이 나왔다. 조건부란, 거부자의 처벌 근거는 합헌이지만 2019년 12월까지 대체복무제를 마련하라는 것이다. 왜 국민의 기본 의무인 병역을 ‘대체’ 운운하는지 도대체 모르겠다.
양심적 병역거부라니, 대체복무라니 한 마디로 내 상식으론 이해 불가다. 헌법에 있는 ‘양심의 자유’가 ‘병역거부’의 자유란 말인가. 흉기 든 도둑을 보고도, 적군이 쳐들어와도 대항도 하지 않겠다는 말인가.
종교적 신념으로 집총을 할 수 없다는데 종교도 ‘국가 안에 종교’이지 ‘종교 안에 국가’란 말인가. 그야말로 주객의 전도이다. 그들은 나라라는 거대 울타리 안에 살면서 누릴 것은 다 누리며 헌법에 명시된 ‘국방의 의무’는 안 한다면 그게 어떻게 ‘국민’인가.
불교는 살생을 하지 말라는 경전에 따라 육식도 금하지만 군역은 필하는데 그 ‘여호와의…’ 종교는 국가보다 종교가 먼저인가.
그런데 이 중대한 문제를 이들만을 위한 특별법을 만든다니 내 짧은 견문·식견을 탓하기에 앞서 어떤 명분이나 법리를 내세워도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헌재라는 그 거함 앞에 풀잎배도 안 되는 내가 승복(?)해야 함이 상식이고 건전한 사고이지만 그러나 나는 그럴 수 없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불가사의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세상사 양시·양비는 언제나 있지만 여기선 그럴 문제가 아니다. 어찌 나라 지키자는 데에 ‘너·나’가 있는가 말이다.
하긴 전교조가 법외노조인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합법화 투쟁하고, 아직도 천안함은 폭침이 아니라는 이른바 ‘이념’에 매몰된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난 그나마 ‘생억지’는 아니다. 그렇다고 내 사고의 한계는 더욱 아니다.
좀 잠잠한가 했더니 또 나오는 것이 ‘한글전용’이다.
이런 어문 정책은 불가하다는 소신을 몇 차례 기고한 바 있다. 한 마디로 이 글로벌 시대에 한자 없는 어문생활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 나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초교 5·6학년 교과서에 ‘한자표기기준’에 따라 한자병기 교육을 한다고 2016년 12월에 발표해 놓고 지금은 그걸 폐기 한다고 한다.
한발 더 나가 한자 사자성어도 싣지 못하게 한다니 정말 심하다. 사자성어까지…!
우리 어문생활에서 예문이나 비유를 들 때 사자성어만큼 비교적 쉽게 정곡을 찔러 가르칠 수 있고 쉽게 이해도 하는, 적실(的實)한 교수법이 또 어디 있는가.
중국 외교의 지향점인 일대일로(一帶一路)가 회자되는데 기초 한자도 배우지 않으면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전광진 중문학과 교수는 아들이 ‘여관’을 보고 저긴 여자들만 들어가는 집이냐고 해서 웃었다며, 이러다간 ‘현대판 문맹’을 양산한다고 했다.
사실 나도 군복무 때, 숙박시설 여관보다 낮은 등급인 여인숙을 보고 ‘女人宿’이라 일기에 썼던 기억도 있다.
우리 어문 70%가 한자어인데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한글전용을 지금도 주장하는 이른바 ‘인텔리겐차’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한글전용을 주장하며, 한자교육이 필요하다는 논의를 보고 ‘모화사상(慕華思想)’ 운운 할 때는 할 말을 잃는다. 적어도 혼용해 서로 보완해야 온전한 어문생활이 되고 향상·발전되리라는, 내 비록 3등문사이지만 이것만은 강하게 주장하고자 한다. 교수요 학자요 박사인 그들의 한글전용 논지에 반대를 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동방예의지국이라서 그런지 왜 그리 겸양을 많이 하는가. 언제부턴가 ‘우리’는 사어가 됐고 모두 ‘저희’다. 더 큰 문제는 ‘저’와 ‘저희’를 모두 ‘저의’로 쓰는 것이다.
‘저의’와 ‘저희’는 단·복수의 문제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나’를 낮추는 겸양이다. 단·복수도 가려야 하고 상대에 따라 존댓말도 다르게 써야 하는데 모두 하나같이 ‘저’로 쓰는 것이 문제라는 말이다.
부모, 스승, 존경하는 인물, 고령자(아주 많은) 등에나 ‘저’로 써야하는, 그 용례가 제한적이라는 말이다.
‘나’ ‘우리’가 얼마나 자존감이 있는 말인가? ‘우리나라’지 ‘저의나라’는 정말 아니다. 따라서 ‘저의 정부’, ‘저의 국가대표선수’는 물론 ‘저의 구청’도 쓰면 안 된다. 왜 당당히 ‘우리’를 안 쓰는가. 지금도 고위직이나 교수라는 분이 ‘저의’로 쓸 땐 정말 아연실색이다.
지금 겨우 ‘나라’에만 ‘우리’로 쓰는데 결코 그래서는 안 되며, 또 그것을  지적하는 사람도 없다. 따라서 모두가 ‘저’를 쓰고 있으니 언젠가는 ‘국어표준문법’이 ‘저’로 표준화 될까 걱정이다.
그렇게 될 때 되더라도 나는 인정할 수 없다. 나만 ‘따돌림’이 돼도 외로운 길을 가겠다. 위에 언급한 대체복무와 한글전용은 물론 안 되며, 어법상 1인칭 ‘나’는 없고 ‘저’만 써서도 안 된다는, 이들 셋이 내 소신이다. 내 무지를 탓하고 대세를 거스르는 역발상이라거나 ‘사시(斜視) 증후군’이라 질책해도 나는 내 뜻을 굽힐 수가 없다.
어차피 나는 ‘불가사의 투성이’일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