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난로를 지펴 본 분들은 아마도 경험칙으로 알리라, 장작이 화구 구석 쪽으로 이리저리 흩어져 있을 때는 불이 까무러졌다가도 그것들을 한데 모아 주면 화르르 불꽃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불을 피우며 화구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형제간에 노상 싸움만 일삼는 일곱 아들을 두었던 어느 아버지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나이를 많이 먹어 저세상으로 떠날 날이 가까워왔음을 체감한 그 아버지로서는 불화하는 아들들에 대한 근심이 늘 마음에서 떠나질 않았다. 궁리궁리 끝에 그는 자신이 살아 있을 때 무슨 특단의 계책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아버지는 일곱 명의 아들을 전부 한자리에 불러 모아 놓고 나무 막대기 일곱 개를 갖고 오라고 일렀다. 그리고는 아들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주면서 그 자리에서 부러뜨려 보라고 했다.
그들은 모두 가볍게 막대기를 부러뜨렸다.
그러자 아버지는 먼젓번과 똑같은 막대기 일곱 개를 새로 가져오라고 일렀다.
이번에는 막대기를 함께 모아서 줄로 묶은 다음 역시 차례대로 부러뜨려 보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용을 써 봐도 어느 누구도 부러뜨리지 못했다. 그 때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이렇게 타일렀다.
“그래, 봐라. 막대기가 흩어지면 금방 부러지지만 묶여 있으면 쉽게 부러뜨리지 못하지. 너희들도 이 막대기처럼 똘똘 뭉치면 아무도 꺾을 사람이 없지만 제각기 흩어지면 쉽게 꺾이고 만다. 그러니 앞으로 힘을 합쳐서 서로 도와가며 잘 살 수 있도록 해라.”
아버지의 말을 들은 일곱 아들은 늘 싸움만 일삼았던 자신들의 행실을 부끄러워하며 그 뒤부터 서로 의좋은 형제가 됐다는 이야기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프랭클린이 1776년 7월 4일 독립선언문에 서명하면서 매사추세츠 주의 첫 주지사였던 존 핸콕에게 청사에 길이 빛날 한마디를 남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 말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대중 연설을 할 때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특유의 억양으로 국민들에게 단결을 호소하면서 빌려와 씀으로써 널리 알려진 명언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개인주의가 팽배해 있다. 사회학적인 해석을 빌리자면, 개인주의는 남을 간섭도 하지 않고 남한테 간섭도 받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세계 안에서 생의 의미를 추구하려는 삶의 자세이다.
그러다 보니, 이 개인주의가 변질되면 자칫 이기주의로 이행할 개연성을 충분히 안고 있다. 자본주의의 어두운 측면이 개인주의에서 나왔다는 비판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남이야 어찌 되건 말건 나만 잘되고 나만 잘살면 그만이라는 의식이 지금 우리의 공동체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남을 돕는 것이 결국 나를 돕는 것이거늘, 요즘 사람들은 그 이치를 외면해 버린다.
자기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남의 일에는 아예 무관심하다. 시쳇말로 ‘혼밥’이니 ‘혼술’이니 ‘혼영’이니 하는 등속의, ‘혼-’을 접두사로 가진 일련의 신조어들이 낯설지가 않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점성질을 잃고 모래알처럼 따로따로 노는 탓에 가족 간에도 정서적인 유대감이 급격히 떨어져 간다.
공동체의 근간을 이루는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흔들리면서 사회의 기초적인 건강성마저 위협 받고 있다.
계속 이렇게 나아가다가는 세상이 장차 해체의 길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나 아닌 우리로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이 무너져 가는 공동체의 회복에서 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예전엔 비록 가진 건 없었지만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위하는 마음들은 따뜻했다. 이웃 간에 인정의 샘만은 넘쳐났다. 요즈음은 그런 아름답고 귀한 정신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로 변해 버렸다.
개인주의가 득세하고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으로 치달아 가면 갈수록 사람의 품이 넉넉했던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간절해진다. 고향을 향한 그리움처럼 갖게 되는 또 다른 향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