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기고한 글에서 제주 4·3에 대해 언급을 한 적이 있다. 이 비극적 사건을 이념을 떠나 ‘화해와 치유’를 더 큰 전제로 하는, 편향 없는 진실 규명을 해야 한다는 논지였다. 이 무명 글쟁이(?)가 답지 않게 무슨 시국을 논하고 정치판에 휩쓸리는 것도 같아 주저도 했지만 변죽이라도 울려보자는 맘으로 썼던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물러난 KBS 이사장은 새 사장 임명을 보고, 방송이 노조의 ‘권력 놀이터’가 된다고 일갈했던 그 공영방송이 파업을 할 때부터 심상찮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제주4·3’을 들고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 ‘천안함’을 집적거리더니, 3·1운동을 비하한 학원 강사가 또 나와 제주4·3을 일부 왜곡하는 강의를 해서 그게 끝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드디어 광화문 정부청사에 ‘4·3은 대한민국 역사입니다’가 걸리고 말았다. 정말 기가 막혀 입이 열리지 않는다. 이 나라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 했고, 정의가 실패하고 불의가 득세한 나라라고 호언했던 세력과, 광화문에 4·3 현수막을 건 세력이 의기투합을 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 걸린 현수막, 관변단체나 이익집단이면 다 그럴 수 있는 것이 오늘의 권력 주변의 행태인데 정부가 나라의 심장부에다 이걸 걸었으니, 이 대한민국 역사가 4·3뿐이란 말인가? 여기 그 심각성이 있다는 말이다. 왜 그리도 4·3에 매달리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그 ‘의기투합’이 이제야 마각(馬脚)이 드러나는 듯해 누구 말대로 ‘이게 나라냐’가 떠오른다. 거기 더하여 ‘이 나라가 어디로 가려느냐’가 연상돼 내 평소 생각했던 우려가 결코 ‘기우는 아니구나…’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폭력 불법 시위에 물대포 쐈다가 사망 사고 난 것을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 했다가, 정권이 바뀌니 그 진압 경찰관에게 징역형과 금고형을 내리는 나라가 지금 이 나라이다. 그것도 경찰 총수가 그 사망자 유족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는, 어처구니없는 ‘권력바라기’가 득시글대는 이 나라이다. 더 혹독한 비판, ‘권력 충견’도 있다. 그런 데다, 오늘에 벌어지는 ‘드루킹’을 두고 검·경이 대처하는 것을 보면 적나라한 권력의 속성이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으니, 이럴 때 쓰는 말은 민망한 견강부회뿐이다.
아직도 제주4·3을 보는 역사적 의미는 논란이 분분한데 왜 국가권력 이름으로, ‘양민 학살’이라는 정의(定義)를 내려 기념관 짓고 국가 주관 추념식까지 열며 왜 한 쪽만 탓하느냔 말이다.
넓게 보아, 남한만의 건국 세력이나 그걸 반대한 남로당이나 다 한 민족이고 한 형제인데, 설령 서로 피 흘리고 싸웠더라도 어느 한 쪽만 단죄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런데 왜 한 쪽만 면류관 씌우고 또 한 쪽은 가시관 씌워 연옥(煉獄)으로 떨어뜨리느냔 말이다. 그것이 내가 보는‘4·3’의 본질이다. 그래서 대국적인‘화해와 치유’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는 남로당 총책 ‘김달삼’은 보이지도 않고, 그들을 토벌하려는 군경만 보는 외눈박이였던 것이다.
제주4·3 비판하면 징역 살린다며 ‘4·3특별법 개정안’이 나오는 걸 보면 정말 이 나라는 어디로 가려는지가 이 내 3등시민의 눈에도 선하다. 특별법을 만들어가며 왜 이 4·3에 국력을 소진하고 거기 매몰되는지 알 길이 없다. 거기엔 ‘정치적 셈법’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제주 출신 현기영은 소설‘순이삼촌’(1978)으로 제주4·3을 세상에 알렸고, 또 같은 제주 출신 현길언은 역사적 사실이 변질 왜곡되는 것을 방관할 수 없었다며 역사적 허위라는 반론으로 외롭게 맞서고 있으니, 이 두 경우로도  진정한 역사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편향된 시각으로 밀어붙일 일은 아니라는, 굳이 한 쪽만 나락으로 떨어뜨릴 일은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엄정히 말해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는, 토벌대도 남로당도 모두 책임이 있는 민족적 비극인 것을‘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 ‘…화해위원회’, ‘평화와 상생’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그 이면의 최종 표적은 당시의 국가 공권력에 있음을 분명히 적시하고 있으니 이를 어쩌랴!
사실, 당시 혼란했던 시기의 국가 공권력의 행사를 오늘의 상황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다시 말해 건국을 반대했던 세력의 준동(蠢動) 때문에 해방 공간에서의 공권력 행사는 오늘에 비하면 생래적(生來的)으로 폭압적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사안이 이러하니 폭동 수준의 남로당의 무장봉기를 토벌하려면 과격할 수밖에 없었고, 양민과 공비를 구분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당시를 좀 바로 보려는 시각이라면 오늘의 법치로 재단할 것이 아니라 과격함이 지나쳐 ‘양민 학살’도 나올 수밖에 없음도 알아야 한다는, 내 감히 주장하는 논리다. 지금도 불법 시위하고서도 공권력 우습게 보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제주4·3, 참 비극적 사건이다. 건국을 방해하려는 불순한 세력의 토벌이고  국가 안위의 문제이니 그 긴박성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으리라!
앞서 무명 글쟁이라고 말은 했지만 아무리 백면서생이라도 현 정권의, 일일이 다 적시할 수 없는 폭주(暴走)가 너무 지나치니 그래도 한 번 써보는 것이다. 아무에게도 관심을 끌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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