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신문
시민기자
가르침의 방식
곽 흥 렬 수필가 / 동리목월문예 창작대학 교수 / 시  |  webmaster@goryeo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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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02  14: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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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체벌을 가해 물의를 일으키는 교사의 이야기가 이따금 언론을 떠들썩하게 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행위를 ‘사랑의 매’라며 정당화하려 든다.
일전에도 그랬다. 경북 포항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숙제를 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자에게 빗자루로 무려 오백 대나 때렸다는 소식이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쯤 되면 사랑의 매가 아니라 감정이 실린 구타라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 성싶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무지막지한 방식으로 학생을 지도하려 들었을까. 어찌 보면 참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어리석다고 해야 할지……. 아니, 가르침에 대한 열정을 자기 식으로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역성을 들어 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사연을 접하노라니 서른 해 전의 기억 하나가 뇌리를 스쳐간다.
한때 대구시내 K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그 학교의 교장이 예의 선생과 닮은 구석이 많았다. 권00 교장이라면 당시 지역의 교육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누구도 못 말리는 대단한 다혈질에다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였다. 작달막한 키에 딱 벌어진 어깨를 지닌 다부진 체격, 일흔이 넘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우렁찬 목소리에서는 기백이 넘쳐났다. 얼굴은 언제나 술에 취한 것처럼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이제 와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분은 아마도 태양인 체질에다 고혈압 같은 지병을 지니고 있었지 않았던가 싶다.
  그의 교육 방식이랄까 철학이랄까, 해간 학교 운영 방침이 여느 교장들과는 너무도 달랐다. 체통과 위신을 생각해서 점잔을 빼는 것이 일반적인 교장상이라면, 권 교장은 그런 형식을 과감히 벗어던지는 소탈한 위인이었다. 그는 교장실에 가만히 앉아 있는 법이 없었다. 시간 시간마다 교사校舍를 순회하면서 학생들의 학업 성취를 독려했다. 오른손에는 항상 회초리가 들려 있었다. 한창 수업 중에도 복도를 지나가다 장난을 치거나 조는 학생이 보이면 교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 사정없이 등짝을 후려갈겼다.
교사의 교권 같은 것이야 침해당하건 말건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그것이 참 교장상 혹은 진정한 스승상이라고 여겼는지 모르겠다.
지금 그 때를 뒤돌아보니 너무나 달라진 상황과 비교가 돼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학생들에게 털끝만큼도 손을 대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 오늘의 교육 현장 아닌가. 만일 권 교장이 요즈음 같은 세상에서 그런 방식으로 학교를 이끌어 나간다면 온 나라에 난리가 나고도 남았을 일이다.
나는 그를 매도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것이 그의 교육 철학이었을 것이고, 그것도 나름대로 하나의 가르침의 방식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방법이 남달랐을 뿐이라 믿고 싶다. 그 역시 자신의 행위를 당연히 사랑의 매라고 여겼을 것임이 분명하다.
가르치는 일을 두고 흔히 ‘교편을 잡다’라는 표현을 쓴다. 가르칠 교敎 채찍 편鞭, 학생들을 가르칠 때 교사가 드는 채찍이라는 뜻을 지닌 말이 이 교편 아닌가. 그러니 매를 든다고 해서 무조건 잘못된 교육 방식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을 성싶기도 하다. 다만 그 매가 얼마나 교육적이냐 하는 것만이 항시 논쟁점이 될 따름이다. 교편을 빙자해 물리적인 폭력이 자행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으니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것일 게다.
사랑의 매와 폭력 사이에는 경계가 불분명하다. 체벌을 하는 교사 자신은 사랑의 매라고 여길지 몰라도, 당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그것을 폭력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요즘 한창 화젯거리가 되고 있는 성폭력 문제만 해도 그렇다. 가하는 사람은 사랑이라고 우기지만 피해를 입은 상대편에서 수치심을 느꼈다면 그럴 경우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법 잣대 아닌가.
이 ‘사랑의 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터이다. 굳이 물리적인 수단인 매로써 학생들을 가르치려 할 필요가 있을까. 꼭 회초리만이 매라고 강변하지는 못할 것이다. ‘마음의 매’가 얼마든지 사랑의 매를 대신할 수 있다. 아니, 마음의 매가 회초리로 가하는 매보다 오히려 훨씬 큰 감화력을 지녔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입증되고 있지 않는가.
무슨 일에서든 걸핏하면 마음을 다치는 여려터진 성정 탓이었으리라. 당시 권 교장의 그 독특했던 교육 방식이 나로서는 도무지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아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만 나타났다 하면 저승사자라도 맞닥뜨린 듯 학생들보다 정작 내가 먼저 주눅이 들었다. 멀쩡하던 가슴이 벌렁벌렁 뛰고, 가만히 있던 손은 수전증 환자처럼 덜덜덜 떨렸다.
밤이면 밤마다 불면의 시간을 밝히며 고뇌의 나날이 이어졌다. 몸과 마음이 하루가 다르게 피폐해져 갔다. 이를 기화로 더 늦기 전에 오래 갈망해 온 창작에의 길로 방향을 선회하자. 극심한 정신적 방황 끝에 마침내 결심을 굳혔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한없이 편해졌다. 그리고 얼마 뒤 제자들과의 짧은 인연을 뒤로한 채 학교를 떠났다.
그로부터 몇 해 지나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권 교장이 갑자기 세상을 하직했다는 소식이 풍문으로 날아들었다. 순간, 나의 입에서는 깊은 탄식을 담은 독백이 신음처럼 터져 나왔다.
“아! 그렇게 살다가 갈 것을……”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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